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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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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3회 작성일 19-12-16 00:45

본문

산방초(山房抄) / 安熙善


산등성마다,
자하(紫霞)처럼 퍼지는 안개비

눈(眼) 내려, 윤곽은
곡선을 그리고 저녁이 깔리는
깊은 요람(搖籃)에
묵향을 닮아가는,
붓소리

문득, 가 닿는
오래된 시간의 그리움

이승의 꽃잎,
스스로 스러지는
꼭 다문 붉은 입술

신비한 꿈속의
짙은 입맞춤

가슴 시린 경계(境界) 하나,
퍼질러 앉는다


<note> 하루는 뉘엿한 산 그림자를 따라 저물어가는데, 山房의 침묵 속에 차마 벗어 버리지 못한 한 그리움은 저 홀로 심장의 중심부까지 달맞이꽃이 되어 서리처럼 피어나고 귓가에 아직도 들리는 음성은 산능선을 따라 구르는, 외로운 바람 소리일까 곱게 땋은 추억이사 한 점 달빛으로 화선지畵宣紙 위에 올려 놓고, 내가 살던 이승의 못다한 사연일랑은 지긋이 깨무는 입술에 붉은 노을로 걸어 놓고, 멈추지 않는 과묵寡默한 고요만 방 안에 가득하여 이윽고 차안此岸도 피안彼岸도 사라지고 다만, 깊이 괴고 괴는 마음 하나 너울대는 촛불빛에 그림처럼 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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