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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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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한병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204회 작성일 19-12-18 15:32

본문


처마(퇴고)

 

위아래 속눈썹은 처마였다

 

눈 밑 주름이 흙벽처럼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눈두덩이 두두룩한

잠든 노인의 눈썹을 보니

한옥 한 채 잘 보존 하고 계시구나

생 각 한 다

 

속눈썹은 눈알도 모르게

깜박깜박

잊었다는 듯이 만났다가 헤어지는데

눈알이 어딘가를 응시 하고 있는 사이에도

정신 줄을 놓고 졸고 있는 사이에도

만나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는 듯이

순간순간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헤어지고헤어지고 헤어지고 나서

태초부터 붙어 있었다는 듯이

헤어졌다가 만나는데

잠든 노인의

아래위 눈썹은 꼭 붙어있다

슬슬 풀리고 있다

 

곧 무너질 벽을

곧 허물어질 상()

더는 떠받칠 수 없다고 느낄 때

눈을 감아도 감지 못하는 처마가 있다

노인의 설 감긴 눈썹 사이

깜박 오갔을 일생의 거리를

생 각 한 다

노인의 와잠 속에

켜켜이 발라놓은 흙벽 같은

켜켜이 개켜 놓은 이불 같은

사연을 간직했을

처마의 마지막 길은

꼭 서까래 같은 손으로

스윽 받혀줘야 된다는 걸

(생 각 한 다)

....................................................................................................

처마(초고)

 

위아래 속눈썹은 처마였다

 

눈 밑 주름이 흙벽처럼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눈두덩이 두두룩한

잠든 노인의 눈썹을 보니

한옥 한 채 잘 보존 하고 계시구나

생 각 한 다

 

속눈썹은 눈알도 모르게

깜박깜박

잊었다는 듯이 만났다가 헤어지는데

눈알이 어딘가를 응시 하고 있는 사이에도

정신 줄을 놓고 졸고 있는 사이에도

만나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는 듯이

순간순간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헤어지고헤어지고 헤어지고 나서

태초부터 붙어 있었다는 듯이

억지로 헤어지게 했다는 듯이

잠든 노인의

아래위 눈썹이 꼭 붙어있다

슬슬 풀리고 있다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 올 때 바깥벽을 보호하고

문에 들어오는 햇빛을 조절하는 역할을

감당했을 처마여, 눈썹이여!

 

곧 무너질 벽을

곧 허물어질 상()

더는 떠받칠 수 없다고 느낄 때

눈을 감아도 감지 못하는 처마가 있다는 걸 생각한다

노인의 설 감긴 눈썹을 보니

처마의 마지막 길은

꼭 서까래 같은 손으로

스윽 받혀줘야 한다는 걸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우~ 상상력에 감탄합니다.
우리의 자화상 이기도 하고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한병준시인님.

한병준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한병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있게 봐주시고 추천까지 해주시니 뭐라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아직 초고라 여러날 칼질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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