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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이라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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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1회 작성일 19-12-11 00:03

본문

소확행이라는 병

 

묵은 김치를 따신 물에 밥말아 얹어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너무 많이 먹어서 힘들긴 하지만 배부르면 정말 행복합니다

 

해너미쯤 보리건빵에 소주 서너 잔이 참 맛있습니다

적당히 취하면 너무 행복합니다

 

소슬바람이 불면 부리나케 바닷가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해변길을 바람따라 걷습니다 무작정 행복하지요

 

봄에 심어놓은 생강을 캐내다가 알싸한 내음에

이토록 키워낸 내가 자랑스러워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믹스커피 한잔 들고 담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행복하다 행복하다 멍하니 혼자 중얼거릴 때가 있습니다

이토록 행복해도 되나 걱정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시를 쓴답시고 컴 앞에서 시간을 홀딱 보내고나서야

나중에야 알지요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었다고

 

물론 짜증나는 일도 가끔은 생기지만

그 일이 지나면 바보처럼 금세 행복모드로 재부팅됩니다

 

행복이란 말은 불행이 어딘가 숨어있기에 쓰는 말 같아서

이제는 행복이라는 말도 쓰지 않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아직 살아있구나 느껴져 이 순간이 또 행복해집니다

 

​턱없이 아무때나 어느곳에서나 쉽게 감동하고 행복해 하는

이런 증상들을 소확행병이라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병에 감염된지 꽤나 오래 됐습니다

다시 한번 살펴보고 아무래도 더 깊이 진행이 되기전에

올겨울엔 병원을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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