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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계(廢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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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86회 작성일 19-12-05 13:35

본문

폐계(廢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는

한 발 늦고 한 발 빠름에 따라

생사를 보는 이와 보여주는 이로 엇갈린다

욕하지마라

눈물을 흘리며 나도 수많은 벌레를 삼켰다

귀한 목숨을 누가 쓸데없이 탐내랴

 

산자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은

생존의 몸부림이 아니고

마지막까지 몽땅 기부하는데 있으리라

네 달째 무란(無卵)

온몸에 피를 돌려 낳았던 알들

이제는 낡고 비인 성냥곽처럼

찬 목숨을 지탱하는 것 그 이상 없다

 

며칠이면 연말이다

인삼과 약초들과 함께 찜통으로 들어가

한 발 먼저 가리라

아침마다 없어지는 둥근 알을 낳으며

수없이 많은 계절을 넘겨봐서 이제는 안다

미움과 그리움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끝끝내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질긴 나를 삼키는 이가 알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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