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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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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3회 작성일 19-12-09 20:21

본문

 

나는 단지,

 

 

 

승진을 알리는 벽보가 붙었다.

좁은 벽보 주위로 뒷모습을 모자이크한 사원들이

피 냄새를 맡은 좀비들처럼 모여들었다.

 

내가 처음 신춘문예에 떨어졌을 때

나도 저들처럼 으르렁거렸다.

 

정말 새삼스럽다.

내가 저들을 비웃고 있다니,

그렇다고 저런 종이쪼가리 안에 내 이름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저 쪽 구역으로 가지 않은지 너무 오래 되었다.

 

나는 단지 오늘도,

잔잔한 물밑에서 물레방아를 돌리는

산소방울의 근원을 알아내고 좁은 어항 안에 심어놓은

수초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늘 확인 한다.

 

그렇다고 너희들에게 아프게 물린 나의 자존심이

다 아물어서 웃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렇지 단지.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

나는 누구를 해칠 생각은 전혀 없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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