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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奸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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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58회 작성일 25-09-20 00:40

본문

간신(奸臣) 


붉은 모래 휘날리는 우암동 고갯길

카라반처럼 낙타를 타고 기어오르던 

두세 평 남짓한 골방에서 성체조배 하던 날 

늑골을 갈라 피멍 든 심장이라도 너에게 주고 싶었다 

가야시장 좌판 위 동풍에 위태로운 카바이드 불빛처럼 

침상에 꺼져가는 너의 등불을 낱알 거두듯 심지를 돋우고 싶었다 

가야국민학교 담벼락이 모래성이 되어 무너진 그날

갈치 내장처럼 길쭉하게 늘어선 거리의 슬픔들

추깃물처럼 내 몸에 못 박는 죄악의 냄새 

인공호흡기에 생을 동여맨 중환자처럼 온몸에 번져가는 욕창들 

낱낱이 도려내고 싶었다 

알코올중독자처럼 불 꺼진 오늘을 퍼마시고 게워낸 죄목들

그칠 줄 모르는 썩은 물의 용트림을 비추며

가로등은 말이 없다

무너진 성벽처럼 세상과 절교한 지 하세월인데

아버지,

기름냄새 지독한 작업복 입으시고 팔도 여행 가신 날 

동굴 같은 서랍에 처박아둔 묵주를 손에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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