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奸臣)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간신(奸臣)
붉은 모래 휘날리는 우암동 고갯길
카라반처럼 낙타를 타고 기어오르던
두세 평 남짓한 골방에서 성체조배 하던 날
늑골을 갈라 피멍 든 심장이라도 너에게 주고 싶었다
가야시장 좌판 위 동풍에 위태로운 카바이드 불빛처럼
침상에 꺼져가는 너의 등불을 낱알 거두듯 심지를 돋우고 싶었다
가야국민학교 담벼락이 모래성이 되어 무너진 그날
갈치 내장처럼 길쭉하게 늘어선 거리의 슬픔들
추깃물처럼 내 몸에 못 박는 죄악의 냄새
인공호흡기에 생을 동여맨 중환자처럼 온몸에 번져가는 욕창들
낱낱이 도려내고 싶었다
알코올중독자처럼 불 꺼진 오늘을 퍼마시고 게워낸 죄목들
그칠 줄 모르는 썩은 물의 용트림을 비추며
가로등은 말이 없다
무너진 성벽처럼 세상과 절교한 지 하세월인데
아버지,
기름냄새 지독한 작업복 입으시고 팔도 여행 가신 날
동굴 같은 서랍에 처박아둔 묵주를 손에 꼭 쥐었다
댓글목록
사리자님의 댓글
죄책감과 회한도
묵주를 손에 쥐었을 때
아름다워질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잘 읽었습니다. 시인님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신세타령의 일기글이지만 좋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토요일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