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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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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0회 작성일 19-11-25 10:15

본문

어머니의 도마

 

생전에 즐겨입던 옷가지와 작은 소품들을

다 태워드렸다 생각했는데 며칠 전 싱크대 안쪽에서

오랫동안 써오시던 낡은 나무도마를 보았다

진즉 플라스틱 항균도마라는 것을 구해드렸는데

칼질에 가슴이 움푹 패인 오래된 이 도마만을 사용하셨다

힘든 세상을 함께한 어머니의 정든 살림 한자락

손에 들고 한참을 보았다

그 위에서 무엇들이 잘렸을까

마늘이 다져졌을 것이고

고등어가 토막났을 것이고 무가 곱게 썰렸을 것이다

시래기가 배추가 어머니의 설움이 잘게 베이고 부셔졌을 것이다
말없이 견뎌온 시간들

가볍고 낡은 도마가 쌀쌀한 오늘 저녁 마당 한켠에서 불타고 있다

멀어서 온기는 느껴지지 않지만 어머니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들린다

감기들라 어서 들어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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