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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의 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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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5회 작성일 19-09-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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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의 연쇄살인


강변북로의 새벽
중앙선을 침범한 멧비둘기의 등뼈가 부러진다
인간이 빚은 과자 부스러기와
인간이 그은 황색 백색 지평선 위에서
인간이 만든 괴물 수레의 발톱에 찢긴 붉은 비명
아스팔트의 살인은 예감없는 몽유였다

쪽배에 실린 멧비둘기의 시체는 뼈마디와 몸피가 없다
두 번째 살인이다
여의도 빌딩 숲속 보도블록의 조문 행렬이 잰 걸음
으로 일어선다 남산타워의 오색 횃불을 즈려 밟은
아마겟돈의 눈빛에 명동성당의 종소리가 휘청거리자
창조와 진화의 정수리를 꿰뚫은 윤회의 쪽배가
먹장구름 뒷면 비둘기 마을에 닻을 내린다
실체없는 침묵의 상여 옆에 오롯이 누운 비둘기 자녀
들의 몽환
세 번째 살인이다

네 번째 살인은 은하계와 밀약한 블랙홀 휴거의 비밀
문건이다 우주를 밝히는 별빛 계약서에는 불가침
조항의 날인이 없다 사려 깊은 선전포고의 서명도
없다
무채색 어스름의 가면을 덧씌운 유채색 위험의
획을 지우며 아스팔트를 쪼아 먹는 비둘기 떼 송곳니
들의 융기와 백억 광년의 사색과 명상이 쓴 염기서열이 오른편 발목에 쏠린 시린 무게만큼 맵차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미궁으로 증발한 비둘기 살인사건
0.001초의 비극을 희극으로 연출한 축복의 교감일까
사이드미러에 스멀스멀 드러눕는 멧비둘기의 푸른 목젖

급정차한 새벽 어스름에 첫 눈이 내린다
오작동한 와이퍼가 두 팔을 급히 휘저으며
수신호한다 멧비둘기의 날개 갈퀴 속에서
광속으로 반짝이는 헤드라이트 불빛과
인간의 손길이 빚은 잔혹한 잿빛 은유에
나뒹구는 속죄의 첫 눈꽃 송이
강변북로 아스팔트 살갗 위에서 새록새록
궁글리는 원죄의 주검들

물고기자리에서 갓 나온 별 하나가 푸드덕거린다

다섯 번째 살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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