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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녀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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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54회 작성일 19-09-25 21:49

본문

숙녀의 성


한강 밤섬 숙녀가 지은 작은 성
명왕성에서 채취한 티타늄 쇠사슬과
투명 다이아몬드 삼중 방탄 유리창
씨알 굵은 토종 붕어 떼 경비병
숙녀가 설계한 도면대로라면 성은 철옹성이다

어젯밤 사내의 빈 소주병이 숙녀의 성을 벗겼다
천둥 벌거숭이가 숙녀의 쇠사슬을 맨손으로
끊은 것이다
서강대교 아스팔트 길을 제멋대로 왕복하던
멧비둘기 떼가 풍경재갈매기의 호출에 부리나케
여의도 빌딩 숲속으로 날아간다
붕어 떼의 저녁 만찬에 초대된 큰고니 한 마리의
부리에 숙녀의 비밀 레시피가 쫑긋거린다

숙녀의 비문이 쓴 레시피엔 양털 구름이 바다로 간
사연과 엔트로피의 제2차 빅뱅으로 빚은 해어름과
지구별 휴거를 되새김질하는 물보라의 마지막 비련이
쪽빛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숙녀의 성이 수면 아래 사내의 뇌혈관 속으로
몸을 숨긴다

체념한 듯 무너진 숙녀의 성 한강 물비늘들이
밤섬 지하 깊은 곳 마그마의 귀밑머리를
살랑살랑 핥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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