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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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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9회 작성일 19-09-06 18:07

본문

마냥 앉아서 숯돌에 비빈 칼을 흐르는 물에 씻으면

너울너울 풀어져가는 칼날의 사혈(死血)이 보인다


손톱 밑의 쓰라림을 향해 온통 기울어진 저녁,

기울기가 다른 파  토막들이 어슷어슷 충돌하는 도마 위에

밑바닥까지 절단 되지 못한 섬유질 가닥들이 

매운 피냄새를 풍기며 너덜너덜 찢겨져 누워 있다


칼의 상처와 부스럼이 칼을 무디게 한다니,

칼을 가는 일은 칼이 먼저 제 상처를 베어 내는 일이다

상처난 칼날은 상처를 물고 늘어지며

상처를 늘어 놓고, 상처를 끌어다가 구덩이에 쳐 넣을 뿐

상처를 베어내지 못한다

속눈섭을 베어낼듯 눈높이로 칼날을 들어 올린다

미세하게 휘어지고 이가 나가고 이죽이죽 일그러진

칼의 정기를 베어내는 상처들이 숯돌에 박을 으깨며

다 녹아내렸는가?


이제는 칼을 한번 휘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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