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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나는 닳고 닳았어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352회 작성일 19-05-13 13:51

본문

당신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나면

나는 또 한번 닳아 있겠죠

사람들은 나를 닳고 닳은 년이라는데

왜 항상 때가 묻은 쪽은 당신인지, 

때론 당신이 벗어던진 슬픔에 잠겨

쓰다듬고 감싸주던 손길을 떠올리며

퉁퉁 불어가는 밤도 오겠지만

퉁퉁 불어터진 상심을 당신의 욕망에

치대며 반쪽이 되는 아침도 오겠지만,


착각하지 마세요

지금 씻고 있는 쪽은 당신이 아니라 나예요

나는 닳아서 없어져 가지만

당신의 손은 그대로 쟎아요

내게서 빼앗은 거품속에서 몸부림치다

햇살이 쏟아지면 아무 일도 없었던듯

해맑은 얼굴로 호주머니처럼 컴컴한

침묵 속으로 두더쥐처럼 숨어 들겠죠


끓는 찌개처럼 또 한 소뜸 거품을

내 몸에서 걷어내며 점점 작아져 가다

보리수 잎사귀처럼 샤워기 물살 드리운

비누곽에 앉아서 이 살비린내 진동하는

후덥지근한 욕실을 빠져 나갈거예요


그래요! 나는 닳고 닳았어요

당신이 내게서 얻는 것은 거품이지만

내가 당신에게서 얻는 것은 무아지경 이라서

어쩌죠? 내 거품에 한번 비빌때마다

다시 태어나서 타는 종이 날리는 재처럼

허망을 더듬으며 생사를 떠돌아야 하는데요,
























 

댓글목록

싣딤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 비누를 그리고 싶었는데 비누가 보이시는지요?

시가 되지 않을때는 여러분들의 시를 읽고
시제를 빌려서 억지춘향이라도 합니다.
습작을 하면 할수록 시가 닳아 없어져 버리니 뭔 조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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