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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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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빈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6회 작성일 19-05-15 16:07

본문

매립장


 

사방팔방에서 발상지의 언어들이 엇박자를 내며 삐걱거리는 사이

시름시름 여러 성인병을 앓기 시작하던 문명들이

긴 세월 경건히 침묵해왔던 조개무덤 곁에 쓸쓸히 자리를 펴고

희노애락의 무수한 파편들이 생의 끈끈한 고리를 끊고

무한 편도 여행의 개찰구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화려한 출발에 비해 초라한 말미로 생을 마감하고 만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화제의 소문들과

날마다 사람들 손에서 손으로 주머니에서 주머니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나름 분주한 시간을 보냈던

먼 나라의 구권지폐들이 일순위 소각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제 뜬 구름이 되어 버린 신화와 잊혀진 전설로만 남게 된

한 때 세상을 호령하던 낡은 이념들과 광장의 구호들도

용도폐기 신청서를 받아 들고 뒷 자리에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명암을 미처 따지고 판단할 겨를도 없이

이미 이 세상을 배구공 만한 크기로 만들어버린 괴물때문에

일상들이 꽁꽁 포획되어버린 슬픈 신인류의 초상화들과

호모 모빌리쿠스 시대의 아이콘으로 반짝 조명을 받았던 도구들도

신생대 제4기 표준화석 등록 신청서를 받아들고

존재 상실의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할 수 있었음을 위안하며

즐비하게 줄을 서서 자신들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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