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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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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632회 작성일 25-08-14 16:47

본문

순수 

 

가위질 멈춘 강가,

짓밟힌 발자국 몇 개,

물살은 달빛 속으로 숨었다.

묵은 이불처럼 축축한 밤,

자전거는 저편으로 스며들고,

잘린 팔은

버드나무에 매듭처럼 묶인다.

흔들리며 살아내는 몸,

바람 없는 날의 귀퉁이,

어머니의 젖은 눈길이 강에 묻힌다.

그 물빛 안에서

발꿈치가 공중잠을 익히고,

등 뒤엔 바코드,

값 대신 사연이 숨을 고른다.

개울물 위 난초 잔상,

피어 스며들다

부서진다.

밤의 입구,

거미줄 웃음은 찢기고,

토끼굴 속 빈 독은

오래된 울음을 지닌다.

모래알 하나

붉은 피를 흘리며,

벼랑 끝에서 참아온

숨죽인 말 한 줄이 선다.

호숫가,

꽃잎들이 분홍 입김을 남기고,

내 숨결은

유리 가루처럼 흩어진다.

사슬 위로 밤의 녹이 기어오르고,

맨몸엔

읽히지 않는 문장이

눈물로 번역된다.

이 흰 옷, 다시 걸칠 수 있을까.

강물에 스민 달빛,

누이의 이름처럼

천천히 뿌리 내린다.

젖지 않는 옷깃 하나,

찬물에 오래 삶아

비린내가 배인 속치마 같은 것,

버릴 수 없고, 잊을 수 없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엄한 존재를 향해 순전으로 이루어져야 할 암묵으로의 생명 율의 이입과 전이가 우주 거멈의 율에 닿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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