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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아름다운 성자가 사는 마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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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9회 작성일 19-03-15 12:51

본문

별빛이 아름다운 성자가 사는 마을에는


아무르박


별빛이 아름다운 밤은
산비탈에 거미줄을 친 골목길이 보이지 않던 밤이다
밤 마실을 나간 골목들이
벽돌 집들이 즐비한 맞은 편 산등성이에 가 등을 펴고 누웠다
가로등 불빛아래 제 속을 훤히 보이고 누울 수 있었다면
부러움의 눈초리로 별을 보고 있지는 않았으리

이삿짐 차가 들어 올 수 없는 산을 향해 계단은
백 팔 번뇌가 거듭 오르고
아무레도 저 산은 성자가 사는 마을이다
술 주렴이라도 할 요랑이면
경로당의 화토패들이 너도 나도 봇짐을 들었다
막걸리 한 잔에 신선이 되는 일 쯤이야
흘러간 옛 노래가 궁극에는 합창이 되어버렸다
연탄을 져 나르던 지게는 구경꾼처럼
간신히 몸을 게고 짝다리를 짚고 서 있더니만
옷 섶을 풀어헤치고 철퍼덕 주저 앉은 주인의 연탄광은 누가비우나
하염없이 시름이 깊어지던 밤이었다
저마다의 속 네를 감추고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너도 나도 떠나고만 싶었던 산동네에 길손은 그렇게 찾아들었다


문풍지를 붙혀 창문을 걸어잠그고 겹겹히 비닐을 쳤다
침을 바른 못이 쫄대를 덪데고 바람을 단속했지만
골다공증에 걸린 보로꼬 벽은 켜놓은 촛불을 흔들었다
불구멍을 열어 연탄불이 솜 이블을 덮히던 밤
첫 닭이 울기도 전에 사람들의 발소리가 골목을 깨웠다
별빛이 여린 검푸른 새벽이 오면
성자가 사는 마을의 창가는 골목마다 등불이 세워 나왔다

보로꼬 벽을 사이에 두고
벽에 금이 가도록 머리를 치받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골목길이 사라진 아파트 진입로에서
개나리 봇짐을 대신 할 깜장 비닐봉지를 들고 산을 오른다
그 때나 지금이나 시름의 계단은 발 끝에 놓여있는데
내가 잃어버린 추억을 고향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잃어버린 별빛을 성자가 사는 마을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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