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접한 과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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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 들여온 호박잎에서 부엌바닥에 개미 한 마리 떨어졌다
당황한 듯 두려운 듯 우왕좌왕 잰걸음
자연의 풀 속에서 살던 개미가 화성의 낯선 환경에 떨어져 허겁지겁하고 있다
지켜보다가 잡아서 밖으로 던져버리려고 휴지를 잡는 사이 어두운 틈으로 사라졌다
도시의 편리한 생활에 40여 년 길들여진 내가 겁 없이 옮겨온 촌
전원주택이란 이름에 맞게 씨앗 모종 묘목 심어봤지만 마음에 차지 않는다
아파트와 다르게 손수해야 하는 잡다한 일들
시멘트를 만지고 시트지를 자르고 페인트를 도포하고 인부들을 불러 실랑이를 하며 공구를 사고 기기들을 들여 시도하는 강적 같은 나날
쇠약해진 가을 중턱에 여기에 자리를 트는 것이 맞나?
의심하며 위기의 순간을 달래며 처음 꿈을 다잡고 있는데
바닥 밑으로 떨어진 개미는 잘 적응하고 있을까
잘 개척해서 살만한 곳으로 만들고 있을까
문득 그것이 떠오른 건 다른 듯 비슷한 처지란 생각 때문이겠다
자의든 타의든 너도 나도 참 어이없는 삶에 들어선 것 같다
댓글목록
onexer님의 댓글
미소 시인님
마지막 연의 "자의든 타의든 너도 나도 참 어이없는 삶 들어선 것"
제 이야기 같습니다. 지나고 보면 중대한 기로에서 예측하지 못한
경로로 접어들게 하였던 원인들의 반추..
"똥개 인연이다" 이런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내용은 길을
가다 어떤 개가 으르릉 거려...귀찮아서 옆길로 되돌아 가다가 옛날
시골학교 다녔던 짝꿍과의 재회가 되고 반려자가 되는 사연은...
실제 제 주위에 지리산에서 뱀에 물려 그 아가씨를 업고 내달린 현역
군인과 결혼까지 하게된 지인이 있습니다.
개미 한 마리 덥썩 못잡는 순수... 차마 그 생명 잊지못해
안타까워하는 순백의 소녀같은 심성이 너무나 곱게 다가오는 글입니다.
미소 시인님~^^ 글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미소님의 댓글의 댓글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시골 생활을 꿈꾸며 이사했는 데 현실은 완전히 막노동 꾼이네요
그렇다고 시골 생활이 나쁘기만 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은퇴 후 새로운 주거지를 찾고자 하는 분들 께는 신중을 기하라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onexer님의 말씀처럼 그에 상응하는 전화위복이 되면 좋겠습니다^^
개미 한 마리 덥썩 못잡는 순수....ㅎㅎ
순수해서가 아니고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말씀? 때문에 잠깐 착해질 때가 있을 뿐
밖에 나갈 때는 홈키퍼 들고 다니면서 벌레들이 접근 못하게 뿌리면서 다닙니다. --;;
더운 날씨에 안녕하시지요?
반가운 발걸음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