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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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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6회 작성일 19-02-03 00:04

본문

한 병 보자기에 두른 아버지에 이끌려

찾던 큰 집

머리에 수건 두른 엄마들은

형님, 동생 해 가며 둘러 앉아

온종일 지져대던 지지미 냄새

아버지들은 무엇이 그리 심각한지

간간이 큰 소리도 질러 대고

웃음소리도 내며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밤이 깊어 가고 

우리들 어린 것들은

평상시 숨어 듬직한 골방에서

엉클어져 잠이 들었고

새벽녘 닭 울음소리도 들리기 전

서둘러 깨우는 어르신들 성화에

늘 어리둥절하여 깨어나던 날

몇 번인지 세다가 잊어버리며

반복되던 두 배 반 절

한나절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쯤에서야

참 먹고 싶었던

고기 산적

알이 굵은 참조기며 굴비, 대구

잘 깎아 올려놓은 밤이며 곶감이며 대추

기름기 흐르는 약과와 색동 사탕, 밥알 붙은 색색의 한과가

상째 부엌으로 물려지고 나면

엄마들은 밥알 구르는 퇴주잔을 들고 나와

이것을 먹어야 복을 받는다며

숟가락으로 떠먹이던 음복주

그 알싸한 백화 수복의 맛

   

생전 보지도 못한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 그리고 고조할아버지의

음복으로

잊어버릴 때쯤이면 만나게 되던

삼촌, 사촌, 오륙 촌들

어린 우리야

어쩌다 맡는 음식 냄새와 그것들을 배불리 먹으리라는 기대

만으로 설레던 날들

애써 내색하지 않아도

누구나 그런 기대를 하고 왔다는 사실을 어린 것들은

틈만 나면 엄마들 앞에 놓인 소쿠리 음식을 빼내 먹으며 흘려 댔고 

그런 어린 것들의 손등을 때리기는 했지만

짐짓 모른 채

평상시와 다르게 손이 커지던 엄마들

   

모두가 넉넉해지고, 괜한 일에도 웃게 되는

축제였다, 어린 것들의 눈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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