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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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의 정체 / 백록
- 새별오름에서
꽃이라기엔 뭔가 부족한 듯
하여, 안갖춘꽃일까 싶은
백로白露가 기웃거릴 때쯤이면 어김없이 꽃 피우는 너는
얼어붙어도 태워도 다시 살아나는 너는
정녕, 억겁의 생이더냐
한세월 눈무덤에 파묻히다 잿더미에 파묻히다 초록으로 되살아나 핏빛으로 꽃 피우다 마침내
백발이 성성해지는 당신이야말로 삼백예순날 산자락 삼백예순 오름들을 지키는
산신령의 분신이거나
간혹, 칼바람에 휩싸이는 날이면 겁먹은 꿩이며 노루들을 품고 억억 울부짖는 당신은
혹, 지난날 이 섬의 여한으로 남은 넋들의
억울한 초상이거나
곳곳 흐드러진 것을 보노라면 한낱 별 볼 일 없는 풀인 듯
천고의 계절에 해와 달 그리고 별들과 어우러지는 순간
찬란한 꽃들의 살풀이 사위인 듯, 혹은
날지 못하는 새들의 통곡인 듯
그런 당신의 진정한 본색은
과연, 무엇이더냐
댓글목록
선아2님의 댓글
내게는 할머니의 하얀 머리결 같은 억새가
이리도 풍성한 전설을 지니고서도
또 다른 전설을 잉태할것 같습니다
즐감하다 갑니다 김태운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제주도 억새는 사실 전설을 품엇지요
할망 하르방은 물론...
개중에 칼바람을 품고 억센 세월을 품고...
지칠 새 없이 핏빛 꽃 피우는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파급효과가 엄청난
향기가 생략된 백학이라고 해도 무리없을 홀씨에
나비춤일 것 같습니다
본색은 하염없는 깃발 쯤
백록시인님 고맙습니다
석촌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향기는 하얗기도 하고 핓빛이기도 합니다
죽어도 살아 잇는 꽃
물론, 하염없는 꽃이지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