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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6회 작성일 18-11-27 00:02

본문





 

 

 

 

버려진 섬에 눈 내리면

들토끼도 노루사슴도 승냥이도 모두 어느 바위 틈에 숨어 있겠지.

 

눈을 맞는다면

하얗게 마음속 번져올 황홀 견뎌낼 수 없어서,

혈관이 터지도록 저 단애斷崖를 건너가고 싶어질까 봐,

 

황무지 너머 해안으로 다시 먼 바다로

눈이 떠나가기만을 기다리겠지.

 

그래도 죽은 꽃이 저 눈속에서 부활하기만을

땅속에서 기다렸던 나는 다르리라.

 

검다는 것은,

만질 수만 있지 해석할 수 없는 유사 이전의 언어.

 

귀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탯줄

고이 풀어내어

출산과 함께 빈 세상 채우는 고마운 몸짓.

 

봄 여름 가을 내내

아픈 실뿌리 속에서 간절히 귀 기울이다가

 

함박눈송이와 함께 벌어지는 달맞이꽃 바깥으로

뛰쳐나가야지.

 

그리고 저 휘날려가는 눈송이들과 함께 섬 구석구석

한 톨 풀씨 속, 작은 바위 결까지 달려가야지.

 

목숨이 아늑하도록

깨어나지 않을 잠 든 너에게

 

보석같은 이마 볼 쓰다듬으며

순결한 시원始原의 꿈으로

    

하얀 입김 고운 숨을

그 영원히 잠긴 눈꺼풀 속으로 불어넣어야지.


파란 풀잎이 더 이상 너를 

자라게 하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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