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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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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호남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1회 작성일 18-11-19 16:16

본문

가희







공사용 거리는 눈썹 짙은 내가 어지러웠다

1층은 높이가 자란다

인부는 땀을 흘리고 건물은 밀도를 먹는다

굴착기는 춤추는 소리처럼
음식은 씹는 맛,
광고용 대본이 방송 중인 식당을 허물고 있다

나는 문을 열었을 뿐인데
청국장은 시키지 않았는데
상 위에 육 첩 반찬이 앉으라고 한다

주문에 전화가 필요합니까

선택은 옵션입니까

나는 육개장을 클릭하고

주방의 구수한 메시지
육개장은 오래된 약속이지만
가정식 백반은 약속 없이 만나는 립서비스

나는 외로워서 급하지 않은데, 왜
그럼, 식당식 백반 주세요

젖은 눈빛으로 외치고

마른 꽁치 한 토막 추가된 칠 첩 반상을 받는다
젓가락이 갓김치를 가리키는데
물은 왜 셀프이다

청국장 시키신 분,
바쁘다고 전화한 분,
나이가 들어 따뜻한 물이 필요한 분,
건물을 허물고 있는 게 메케하다는 세 분
들어와
맛이 먹을 만하다는 청국장은
내 식탁 뒤 옹기종기 소주 병을 깐다

그리고
젊음이 습관이거나 니트족인 듯한 한 분,
굳이 신발 벗고 구들장에서 힘 있게 김치찌개 주문하고 버섯 무침을 버서석거린다

그리고
짝 잃은 기러기의 등을 가진 분은 칼국수의 마음을 한참 동안 숨긴 뒤 가희의 주메뉴인 듯한 빈그릇을 주방으로 반납하고 김치 한 잎 같은 지폐로 정산한다

어느 허물어진 방에서
자식 취업 걱정 한창이던 듯한 연로한 두 분은
맛있는 거 먹자며
오늘의 메뉴를 묻는다
서비스 메시지는 집 밥과 차원이 다른 콩나물국이란다
다 듣고 난 주문은
순두부 두 개를 주장한다

주방이 권하면 손님은 안 먹는다는 빈말이 오늘의 내 메뉴 같다

어린 추수 밭 새참의 감정이 피어나는 오이 도라지무침의 참기름 향에 취해 가희가 엄마처럼 있다

나는 식당의 습관이다

고추 장아찌 한 개는 빈혈약처럼 어지럽다
가정식 백반의 정오를 조금씩 허물고 있다

물을 젓가락으로 떠 마시는 겨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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