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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은 소멸한다. 그러나, 신의 사랑 속에서 부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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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10회 작성일 18-11-13 08:42

본문



1차세계대전이 한창 중 아버지는 어린 딸아이를 영양실조로 잃었습니다. 처음에는 금발이 뽀얗게 하얀 얼굴, 복숭아를 흉내내는 듯 보였지만 점차 푸르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딸의 모습을 그대로 그렸습니다. 부르르 떨리는 붓대가 가끔 그의 팔을 배반해도, 조각난 딸아이의 팔다리를 맞춰 볼 생각도 하지 않고 눈물도 눈 속으로만 흘리면서 딸의 흩어지는 형태를 영원 속으로 수습했습니다.


딸아이의 모습이 다 그려지자 아버지는, 더 많은 푸르딩딩한 누군가의 아들들과 딸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자신의 딸 곁에. 그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일이 더 잦았습니다. 


푸르게 부풀어오르는 시체들이 쌓여 산이 되었습니다. 산처럼 쌓인 아이들 곁에 두 천사를 죽여 눕혔습니다. 온화한 날개에 천상의 드레스를 입고 있지만, 죽어서야 그 얼굴이 변해 감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전쟁이 끝났습니다. 명성과 재산을 얻고 여자들도 숱하게 만났지만 딸은 계속 그의 곁에서 푸르딩딩하게 부풀어 올라 팡이꽃을 얼굴에 이고 서 있었습니다. 


십여 년만에 아버지는 그 방안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의 분노는 좀 가라앉았지만 아직도 마음 속이 빙하처럼 싸늘했습니다. 


아버지는 딸의 시체를 유빙 위에 그러넣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퍼렇게 부푼 모습으로 딸 곁에 얼음조각처럼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하늘 꼭대기에 풀잎을 문 비둘기가 날아오고 있는 것을 간절하게 덧붙였습니다머리를 들어 유리창 밖 밤하늘을 바라보니 퍼렇게 희미한 모습 대신 서쪽으로 향하는 달이 불타는 구름으로 끊임없이 움직여가고 있었습니다.


다시 십년이 지났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노인이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딸은 다시 금발에 하얗고 귀여운 얼굴이 되어 갔습니다. 따스한 햇빛이 피하려 해도 아버지를 쫓아다녔습니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서 그린 두 그림들이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빈 캔버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다시 딸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비둘기가 물고 온 봄은, 이제 온 산천에 싱싱한 연록빛을 틔웠습니다. 잠에서 일어난 딸은 금발에 분홍빛 뺨, 이쁜 드레스를 입고 생전 그대로 입술을 뾰족 내밀고 이쁜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천사가 일어나 딸을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티없이 맑은 하늘에서는 하느님이 흐뭇한 표정으로 두 팔을 한가득 벌려 아이를 감싸주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붓을 놓았습니다. 아버지는 세 장의 그림이 하나의 그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십오년 동안 품어 온 제목을 그림 아래에 써 넣었습니다.


"만물은 소멸한다. 그러나, 신의 사랑 속에서 부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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