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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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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198회 작성일 18-10-24 00:02

본문





나비초롱이가 숨결에 닿는다. 가까이까지 왔다가 화들짝 놀라서 피부 속으로 더듬이같은 햇빛이 파고든다. 핏줄이 파랗다. 생명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내 속에 더듬이와 날개가 너무 많다. 거기 책상 하나가 있다. 앉아서 시를 쓴다. 하늘도 만져 보고 후박나무잎에 질문도 하여 본다. 패랭이꽃이 기어 오고 달개비꽃 그림자 흙알갱이 짓찧으며 사루비아꽃이 하늘을 한 칸 높인다. 청거미 등에 앉아 눈 감아 본다. 눈꺼풀마다 후박나무잎을 날카롭게 찌르고 썩 썩 베어 내고 있는 것은 햇빛이 아닌 햇빛 속에 침잠한 어떤 소리이다. 분꽃같은 햇빛 속으로 기어들어가 두더지같은 목을 하여 본다. 햇빛 속에서는 다양한 꽃들마다 황홀한 장님이다. 눈알을 뽑아내자 소리보다는 침묵에 더 무지개가 반응한다. 낸 소리가 없는데 메아리가 되돌아온다. 꽃들이 함께 일어선다. 바람의 농도가 짙다. 낮은 꽃 높은 꽃 불가사의한 상형문자가 나를 읽으며 지나간다. 지금은 그 어떤 삶도 살아 있는 구름보다 낮지 아니하다. 두 눈을 활짝 뜬다. 잠이 달아난 대신 꿈이 돌아온다. 내 꿈이 아니다. 나를 꿈꾸고 있는 그 어떤 낯선 이의 꿈 속에서 전율의 끈을 붙잡아 나는 내 앞에 닫힌 문들을 연다. 내 앞에 열리는 방마다 모두 빈 방이다. 찢긴 지창 바깥으로 새록새록 첫눈 소리처럼 열쇠구멍이 모두 적막한 빈 방이다.


흙속으로 침잠한 꽃의 그 보이지 않는 부분이야말로 

꽃보다 아름답다고 들었다. 뿌리에게 가난을 되돌려주러 여러 생의 고비 거듭 넘으며

낙조가 날아들었다. 날개를 북북 찢는다. 그리고 부풀어 오른다. 

낯선 가시 줄기에 꿰뚫린 입술이 벌건 흙이 되도록 꽃이 여름을 산다.

나만이 꽃 아래 보이지 않게 누웠다. 흙알갱이 하나 위에 주홍빛 배고픔이 선다.



    

 

 


댓글목록

꿈길따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린 시절 농촌에서 사신 것처럼
어찌 그리도  후박나무,파랭이 꽃,
달개비 꽃, 사루비아등.알고계신 지 
사루비아만 실제로 알아 궁금합니다.

문체가 단문으로 쓰셔서 수필 쓴다면
상당히 좋을 듯 싶은 문체라 부럽습니다.
서정 수필을 써서 그런지 전 형용사를
많이 쓰게 되어 복문으로 쓰게 되기에...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집은 서울이었지만 예전 집마다 정원이 있어 꽃들을 많이 심었습니다. 후박나무는 목련나무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는데, 목련나무인 줄 알고 봄에 꽃 피기를 기다렸는데 영 피지 않아 실망했던 기억이 나고요 봄이면 책을 들고 나가서 후박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다가 직사광선에 눈만 나빠졌습니다. 사루비아꽃은 빨간 살덩이 육식동물을 연상시켜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본문의 내용 상 하늘을 높이려면 키 큰 꽃이 필요해서 그냥 집어넣었습니다.

꿈길따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희 부모님도 꽃을 좋아해 나팔꽃 사루비아등 심었죠.특히 사루비아가 기억나요 꽃을 따서 쪽 빨면  꿀처럼
나왔던 꽃이라 싶습니다 지금도 마당에 가득 핀 사진 있어 꽃이 생생 하답니다.  그러고 보니 야자도 기억!!
나고, 백합도 피었던 기억이 하나씩 나는 군요. 관악구청 뒤편에 살 땐 등나무에 청포도 열었죠. 허나 아침에
나가면 밤 자정에 들어와 몰랐는데 학생들이 놀러와 그곳에서 이야기하다 학생들 손에 든 청포도가 있기에
"어디서 났어 물으니" '여기요.'라고 손으로 가리 켜서 저도 그때 처음으로 등나무에 포도가 있는 것을 발견
했는데 제가 포도가 작고 모두 같은 색의 여러가지 연초록으로 덮어져 있어 몰랐던 기억!!(눈이 너무 나빠
잎사귀와 열매가 신경 안쓰면 구분을 못해 몰랐지요. 사실 여러가지 하는 일들이 많아 바빴던 기억입니다.)


앚고 있던 기억입니다. 부모님 이민 가기고서 언덕 위에 공터에 열무도 심었던 텃밭을 발견 했는데 선배 언니가
방문하여 함께 올라가서 둘러봤던 25년 전 일이 오롯이 떠오릅니다.이곳에서도 노란 도마토와 여러가지 꽃들이
마당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마다 꽃으로 피어나 만발했지만 오전에는 학교에 오후엔  성인학교에서 컴퓨터
영어 등등 배워 거의 밤 열 시에 왔으니, 마당을 둘러 볼 사이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2~3년 전 처음으로 텃밭에
관심을 갖고 파 양파 토마토 콩 심어 연초록의 싱그러움을 맛보며 글을 쏟아내어 한 달에 100편 이상 썼내요.

물론 일주일 내내 쓴 것이 아니라 앉아서 쓴면 10편에서 20편 씩 그리고 하루나 이틀 쉬고.. 체력 자판 보는 것
시력이나 지력 손상이 많이 가기에 ...  지금은 더 눈 시력에 문제가 있어 시 한 편 올리는 것도 자판을 처다 보면
눈이 아파 현기증 날 때도 있답니다. 그런 이유로 무엇보다 건강 타령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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