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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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그녀
계절이 껑충하게 도약하면서 온기를 떨어뜨리고
핸드 드라이기는 온기를 내뿜는다
낙엽과 의심 많은 가을 바람이 보조를 맞추기 위해
횡허니 날고, 건조한 햇살은 가벼워진 가지에 눈물을 쑤셔넣는다
동글동글 흔들리는 가로수 웅덩이들이 나날이 넓이를 넓히면서
몇 시간 정도는 넉넉히 따스한 온기를 주워담을 수 있었다
썩어가는 그늘과 그 여름 배설물들로 눈에 띄는 발걸음은
시답지 않게 시공을 초월한 한 남자의 사랑을 향해 걷는다
세상의 모든 가을 바Bar에는 늘 슬픈 여자가 있고
까르띠에 시계 속에 시간은 더 비싸지도 않다
벌컥 넘겨지는 기억 아래 사랑은 쪼개지며 찌그덕거린다
바텐더가 묽어진 위스키에 눈길을 주기전에 일어서려 했다
바로 그때 꿈이 걸어왔고
기다란 주홍빛 하이힐이 내 얼룩진 눈빛을 가르면서
그 순간 모든 시간이 녹아내렸다
빨간 스톨은 구름이 되었고
타조 핸드백이 물방울 얼음잔에 끼어들었다
안녕이라는 단어는 시간의 손짓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아름다움이 지나간 뒤에 남겨진 말은 늘 같다
젊었을땐 참 이뻐겠어요
밤은 늘 술잔 바닥에 고인다
수다 한 잔 나눌 수 있을까요
젊었을 땐 미래를 꾸며내고 늙어선 과거를 꾸며내죠
가까이서 보니 거의 포름알데이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막힘없이 찍어대는 가슴에서
한숨이 날아든다
너무나 잘 살았다고 지옥을 상으로 주시려나
포동포동한 아기는 유모차에 시든 늙은이는 휠체어에 태우죠
올록볼록 깔끔한 곡선에 흐르는 필연의 끌림은 페르몬이다
침대에서 하루밤을 함께 소비한다면 우리에게 뭐가 남을까요
평생을 서툴게 찾아 헤맸던 그 낭만을 발견하게 될 것 같네요
그녀는 사라져버린 것만을 보고
나는 변함없이 그대로인 그녀만을 본다
날씬한 리넨 정장에 파란 스카프 눈빛은 수레국화를 닮았고
나는 계산서와 아름다운 미소를 지불하며 함께 걸어갈 것이다
유리벽 아치를 관통하는 그녀의 투명한 걸음걸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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