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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자로 사는 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116회 작성일 18-09-04 18:10

본문

가을 여자로 사는 법 / 스펙트럼

 

 

목 꺾인 여름위에 가을이 엎질러집니다.

 

나는 가을아래 선잠이 든 고독을 밟으며

잿빛 하늘에서 젖은 삶을 모두 걷어내어

노을이 내려앉는 강 위에 띄워 보냅니다.

 

한 여름 수증기로 다듬질한 옥색 강물은

날 선 가위로 정성스럽게 잘라내어

연꽃을 수놓은 후

세월 새겨진 옥구슬을 매달은 저고리와

떨어진 낙엽으로 치장한 치마를 만들어

곱게 차려입고

가을 뒤안길을 서성거리며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릴 것입니다.

 

비켜갈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세상허무와 싸우고

때론 주어진 현실 앞에 무릎 꿇고

옹골지게 순응 하면서도

밤마다

새벽안개 속에 슬며시 숨어든 별들이

초롱초롱한 빛 내리려 할 적에

나는 누운 삶 세워서 새벽을 깨우고

사념의 가닥을 건져 소망을 엮어가며

가을밤이면 말없이 기다릴 것입니다.

 

닿을 수 없는 저 나뭇잎이 그대라면

그대를 붙잡고 있는 나무를 향하여

첫눈 뜬 아이처럼

너울너울 손짓을 하면

연모하는 마음이 쏟아져 내립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절인줄 알지만

딱 한 번만은

누에 같은 눈썹을 가늘게 그려 올리고

연분홍 립스틱 입술위에 살짝 올려

강변에 나룻배처럼 흔들릴 것입니다.

 

꽃을 피울 수 없는 꽃나무인 나는

샤넬 넘버5를 양 귓불에 바르고

발목 없는 다리로 흘러서 갈 겁니다.

세월일랑은

성긴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아 놓고서,

 

댓글목록

김용찬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용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스펙트럼님,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줄 알았는데
여자의 계절이기도 한가봅니다. 이전 문체와는
다른 서정성이 짙은 글이군요. 잘 감상하고갑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

profile_image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저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여자랍니다!(맥심커피광고카피)
김용찬님도 이 가을 좋은 추억 만드세요^^
좋은 밤 되시구요
고맙습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 기다림, 그대, 연모. 
몇 개의 시어만으로도 화자의 심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시를 보관하셨다가 훗날 다시 읽기를 권합니다.
저도 멋모르고 가을과 관련된 글을 썼다가 강산이 변할 무렵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나름 재미가 있더군요.
잘 쓰고 못 쓰고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화자가 처한 상황과 싯점을 배경으로 나온 언술인 만큼 소중하다는 의미입니다.
부드러운 여성 스펙트럼님 맥심 회사에 안 꼰지를 테니까 일 주일 안으로 시 한 편 더 올리시기 바랍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

profile_image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피랑시인님, 밤사이 다녀 가셨네예~,
근데 숙제를 주고 가셨네예~?'
그렇게 할께예,
오늘도 좋은 하루 되이소~^^

스펙트럼님의 댓글

profile_image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드문인님, 이런 저런 생각 마시고 쓰시고 싶으신대로, 느끼신대로 쓰세요,
그것이 소드문인님 장점 아닌가요?
물론 단점도 되겠지만서두^^

서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 제대로 타시는 군요 ㅎ
이런 시도 좋지만,
이번 가을엔 낯선 감정, 새로운 시선,
한번 만났으면 좋을 것도 같습니다.
가을이라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가을인 시,
나뭇잎을 호명하지 않아도 나뭇잎같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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