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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소년을 돕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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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youh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2회 작성일 18-09-02 19:22

본문

아무도 소년을 돕지 않았다
'
김준오                  


오늘은 학교 선배를 만나는 날이다

적당하게 사람이 찬 지하철
자갈치 역에서 무섭게도 오래 머문다

나는 궁금해서 이어폰을 빼보니
저기서 울음소리와 웅성임이 들린다

그 소리가 겁을 몰아왔고
나를 달리게 만들었다

그곳엔 아이가 지하철 문틈 사이에
팔이 끼인 상태로 울부짖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슬픔이
어른들의 무력함에 대한 절망이 넘쳐났다

반대편 지하철은 영문도 모른 채
같은 자갈치 역에 멈춰 선다

강인한 어른들은 문이 닫히지 않게
송장처럼 굳어버린 채 서있다
얼굴은 불긋불긋 하나 노련한 행동하나 없다

나는 방해되는 어른을 치우고
비상장치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10초 후에 열린다더니
이미 반대편 지하철은 가버리고 없다

조금 있다가 문이 열렸다
아이의 팔은 피로 범벅된 것처럼 뻘겠다

모르는 아이를 이토록 꽉 안아본 건 처음이다
그저 꽉 안아줬다 그리고 엄마에게 갔다

병원에 데려다줄까 오지랖을 부릴뻔했으나
그저 엄마랑 둘이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올라가는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문이 닫힐 때까지 나는 서있었다

그리고 뒤로 돌아봤을 때
달빛이 무너졌다

온 세상이 어두워졌고
나는 절망의 무릎을 땅에 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이미 휴대폰 속에서 히히덕대고
강아지 마냥 꾸벅꾸벅 졸고 있고
서랍마냥 멀뚱히 서있기만 한다

몇몇 썩을 이들은 아이의 엄마를 욕하고 있다
그리고 더 썩을 이들은 구경하다 가버린다

오늘은 학교 선배를 만나야 하는 날은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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