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눈으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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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눈으로 사랑한다
슬리퍼와 샌달이 신발장으로 퇴장하는 계절
매끈한 허벅지에 할리 데이비슨이 끼워져 있다
낯모르는 두툼한 엔진 열기의 떨림을 슬프게 바라본다
짙은 향수는 내 가슴 깊이 뿌리 내리고
페달에 남은 한 발을 보도블럭에 내려놓은 여자가
핼멧에 갇혀 있던 긴 머리카락을 뿌리칠때
잠시 아프도록 깊은 눈동자를 감싸며 흘러내린다
단단히 쥔 핸들 위로
방과 후 학습에서 뜯겨져 나온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느긋하게 풀어지며 정전기 같은 가느런 풀잎을 끌어당긴다
여분의 눈물방울이 쓸쓸해 보였고
나는 민망하게 민감한 이미지 부위를 훑어보고 있었다
캣우먼이거나 매트릭스 트리니티 복장이 지나가는 선이
나를 떼어내 꿈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
가파르게 커지는 울음 소리가
보도블럭에 젖어 있다
파랗게 달아난 풍선이
휴일 오후 속을 떠나가고
어둡고 차갑게 구는 소녀의 팔장 아래
숨어든 초승달이 윙크하듯
여자의 겨드랑이에 땀얼룩이 그어져 있다
단단히 쥔 핸들은 그래서 일까 싶었고
짖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싸움개처럼 서로를
한동안 쳐다봤다
뒷자리 그물망에 잡힌 핼멧 하나
어린 풀잎
작은 달팽이는 어디로 간 걸까 하며
내 안에 텅 빈 공간이 남아나지 않았고
콧물이 흐르는 작은 꼬마의 한밤중 울음 같이
뒤돌아서는 내 목덜미에는
뭔가가 어긋나는 낯설음이 배회하고 있었다
나는 지극히도 평범하여 기억할 것도 없는 남자
입술에 지중해 보르도 태양을 굴리며
노을 붉은 창가에 꿀꺽 그 여자를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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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멋진풍경님의 댓글
그런가요? 그러네요
사랑도 비쥬얼~
시각미가 좋은 글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