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스 주유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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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스 주유소 앞에서
1
눈앞에 있지만
그냥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여자가
선글라스 아래 눈웃음을 머금고
셰르파는 오색 기도깃발 제단 앞에
위태로운 꼭대기를 어루만질
향을 피워 올리고
길가에 야크는 펄럭이는 풀을 뜯고
혀가 입 속에 부풀어 올라 있다
걸어 온 별들이 둥둥 떠다니는 하늘
운명이 보낸
한 컷이 지나간다
사진 한장 올 줄 알았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냥 그럴 줄 알고는 있었다
홀딱 벗는 것보다 더 개인적인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냥 누구나 사는 그런 삶이 싫다고
했다
히말라야가 그 여자를 가져갔다
높은 하늘
커다란 샹들리에가 쓸쓸하다
2
지방 국도의 은둔자
가을 가스 주유소는 외로운 불빛으로 서 있다
출퇴근 자체로
나라는 존재를 완성해준 저 도로 끝에
그다지 우아한 건 아니지만
깔끔한 결말 쪽으로 내달린다
왜 탈옥하려는 거야
길들여지는 게 싱거워서
나에게는 늘 영원과 같은 기분을 내준다
뜬금없이 배달되는 가을 바람 속에
어떤 번역가도 필요치 않을 우주적인
바디 랭귀지다 저 불빛은
오늘도 한결같이 예외를 고집한다
저 외로움의 끝에 불꽃 깃발을 꽂는 일
나만의 새로운 영토에
또 하루의 패배가 손짓하고 있다
3
빛이 진공 속에서 3억 분의 1초 동안
가는 거리가 1m다
바로 눈 앞에 나자빠진 꽁초 하나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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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멋진풍경님의 댓글
2연을 일부러 강조하기 위해 진하게 쓰신 건지요~
난해한 듯 하면서 깊이가 느껴지는
이별의 아픔도 있고
뭔가 가을냄새가 적막하게 풍겨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