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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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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8회 작성일 25-06-12 00:00

본문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의료기관은 환자와 의료진의 건강을 위해 흡연이 금지된 곳입니다 

의료기관 건물 내에서 흡연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며,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오월의 장미처럼 붉게 핀 꽃숭어리 

그 선홍빛 경고판 속으로 걸어갔다 


아침나절, 천국을 견인하는 사람들

운구를 기다리는 검은 양복을 입고 서 있는 캐딜락을 바라보다가

흡연실로 직행했다 


사각의 링 속에 갇힌 노예들이 천국을 향해 담뱃불을 당긴다 

내 옆에 삼삼오오 모인 상복 입은 복인(福人)들 

부지깽이로 해묵은 시간을 끄집어내며 연기를 피우고 있다 


살면서 살아간다는 핑계를 대던 얼굴들을 바라보며

연기가 무더기로 만발하고 연꽃을 피우더니

경칩에도 꼴을 못 본 개구리울음소리가 발악하듯 시끌벅적하다 


그러다가 불어오는 건들바람에 모두 기겁을 했는지 

연기는 한 조각 구름으로 흩어지고 꽃잎도 엄지발가락부터 시들어갔다 


사람들은 모두 혓바닥을 질질 흘리며 고삐도 없이 타클라마칸 

혹은 고비를 향해 걸어갔다


오늘은 유월 하고도 열 하루 

사흘 만에 부활한 예수처럼 천국을 향해 첫 발자국 내딛는

발인의 시간 


새 학기 새로 산 공책을 펼치던 내 유년의 그날처럼

행간마다  소복 입은 싸락눈이 눈시울 붉게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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