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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07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소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39회 작성일 18-08-14 11:51

본문

`

                                  

                             대화07

말 한 마디가 임계점에 놓였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기대감에 기대어 있는 거죠

소문 보다는 스캔들

시 인척 하는 시적인 분위기만 있을 뿐

척척 소화해내는 테크닉 대갈통도 없어 섭섭하다


마음은 문장으로 되어 있다 문맥으로

연애는 둘 만의 합법적인 독재자를 키운다

덜 좋아하는 쪽이 유리하며 권력을 쥐는 것이다

거짓말하고 호텔에 들락거리는 중년의 남자처럼

주위를 살피는 게슈타포가 있을 뿐이다

그래 봤으면 하는 기대감을 알아보는 센스를 눈치라 하고

인과관계를 설득하는 자업자득을 믿으며 안심을 획득한다

말이 씨앗이 된다는 언령신앙

말에 깃들여 있다고 믿어지는 영적인 힘


이 아주머니 분위기는 뭐래요

등 떠미며 잘 보이고 싶어 한다할지라도

뭐든 반복하거나 반복되면 지겨워지죠

흘러간 옛 것을 찾는 귓구멍과 눈구멍에 파고드는

팝송이거나 영화를 찾는 것이

새로운 게 귀찮아지는 보수적인 나이가 찬 거죠

너만은 다를 것이다

그건 늘 착각으로 판명나니까요

새로운 실패와 전망마져도 없는 세계를 절망할 뿐

전망은 늘 절망이니까요

아예 끔찍한 결론으로 뽑아올린 손익계산서를 품고 삽니다

삽질 하고 있네

누굴 파 묻으려는 건데

이 기분마져 언젠가 느껴봤던 것이다

수줍움과 내숭 사이

무지와 모르는 척은 다르다

내숭까고 싶은 껍데기라도 있었으면 좋겠군요

이 분우기는 정말 뭐죠

놓았다고 생각되는 손이 떨어지지 않으니

내가 잡고 있잖아

깃털보다 가벼워 죄송했군요

의도하지 않은 정직이 말실수를 한다

잔디밭에 저녁이 다시 평평하게 내리고

남아돌던 햇살을 흘려 보내려

뒤면을 동글게 말았던

감나무 이파리는 쥐고 있던 주먹을 조금 펴놓고 있다

흔들흔들

표류하는 시간

캔맥주가 잡아당기는 저녁을 향해 간다

흩어진 작은 섬처럼 서 있는 나무들 사이

저 도시의 빌딩이 숨쉬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은 느릿하고 느긋한 하품을 꼬득일 뿐


시월의 사과나무 가지가 더 깊숙이

휘어지면 올라갈까 저 도시로 혼자든 둘이든


꼭 복수가 있어야 만나는 사이처럼

손바닥으로 입술을 덮을 만큼

흐느낌이 흘어나오는 쪽으로

화장실 발걸음이 휘어진다


똑똑

잠깐 괜찮을까요

순결한 레이디와 젠틀맨 사이에는 늘 넘치는 게 문제죠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을 만났다면

젠틀맨의 튼튼한 어깨는 긴급 피난처를 제공해 줄 의무가 있는 거죠

그럼 그러시든가

내리긋은 시퍼런 시선에

내 눈꺼풀 중력이 확 깬다

정크 푸드 같은 표정 연기력이 돋보이는 군요

불 뿜는 운석 같이 힘차게

버터에세 뒹굴다나온 버터 같은 곡선이

황량한 취침등으로 조각되고 있다

그을린 뒷골목 술주정이나

하룻밤 일 끝낸 허벅지 지진이나 즐기는 기둥서방질인지 뭔지

아무데서나 뽑으세요

버스 광고판에 카드 광고가 지나간다

그 옛날 라디오 안테나인가 싶었다

그 당시에는 상황이 분위기가 그게 옳다고 굳게 믿었을 뿐

가만 놔둬도 저절로 낡아 가는 오랜된 사진처럼

귀퉁이가 세피아 색감으로 가고 있다


이 여자가 믿게 만드는 쪽에 붙는 것이 중요하다

수평선이 하얀 거품을 끌며

섬 그림자 속에 스며들듯이 문꼬리를 잡고

내 눈꺼풀에 지진을 진정시킨다

떠오르는 대로 대충 대꾸하고 싶은데

떠들어봐야 나도 대책없이 슬퍼질 것 같았다

그게 재탕이든 삼탕이든


뭐야

뭐 한 입거리라도 기대하는 거야

여때 안 꺼졌어

지나치다 싶게 오리지널리티 하군요

우리 정전협정을 맺지 않았던가요

끄덕이는 고개는 있지만 근거는 없어 보였다

초금속 물질로 합성된 결론은

너 역시

어딘가에 있었을 최초의 나였을 기억이었다

피부 세포 세포핵 DNA

단백질 분자 원자 원자핵

수없이 무수한 빅뱅의 세계

50조개의 세포라했던가 우리의 몸 하나 하나가

작은 여행 봉지 하나 뜯어도

후회없을 분위기네요

완벽에 가까운 것이 될지는 몰라도

완벽하지는 않겠죠

하늘은 밝아오고 있었지만

그 아래 세상은 어슴푸레했다

왜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꼴이라도 벌리고 싶은 거야

초기 설정으로 리셋되는 분위기 네요

이젠 괜찮아졌어


3  

어둠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시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문장이 지나간다

나는 내가 엮어낸 것도 모르겠다

타인은 시의 원재료다

늘 불편하다

저 사물은 왜 안 그런지 나도 모른다

뒤돌아 설 뿐이다

한숨 쉬기에 적합한 나의 시공간을 찾아서


자글자글 침묵이 회전하는

좋아서 읽기보다는 달리 할 일이 없어서

아무 곳이나 펼치고

눈에 들어온 글짜를 읽었다

속눈썹 울타리를 탈출한 볼록 렌즈

물방울이 떨어졌다

이었다


능소화 덩굴꽃이

빨간 벽돌

늘 자그만한 그 우체국을 감싸고 있었다

였다


한 송이 꽃잎이 피어

또 떨어진다

슬슬 아슬아슬해지는 계절

울음에 슬펐지만 살아 있다는 증거임으로

꿈을 분양받고 싶었을 것이다


막대기처럼 뻣뻣하게 굳은

내 시간이 흘러가길 거부하고 있다


4  

너나없이 뭔가 가라앉고

못마땅한 눈길을 던졌다

다 어디에 쓰려고 저러지

대포랑 탱크 깡마른 총알까지

덕지덕지 쳐발라도 푸석푸석으로 응답하는 공간

란제리 레이스 특유의 주름이 살짝 드러나는

브래지어 끈이 어깨에서 야 하네요

야호로 가는 건가

저 산등성이 정상에 서 있는 누군가의 메아리 소리 들리세요

어정쩡한 햇살 아래

연못을 들여다보는 깃털 구름

단추 달린 여자의 까만 부츠

치렁치렁 날렸을 생머리카락이 아니여서

섭섭해지는 선머슴처럼 휘젖어보는

으이그 귀여운 고슴도치

들릴락 말락한 눈빛이 건너온다

팔랑팔랑 산들바람이 풍경을 건들며

비탈길 진입로를 걸어간다

벌개져 가는 굵은 햇살이 길게 그림자를 누이며

피크닉 테이블에 두 팔꿈치로 세운

아직도 퉁퉁 부어 있는 큰 바위 얼굴을 흔든다

설악산 흔들바위인가 싶게

맙소사

두 손목까지 좀 붉어져 있네요

무슨 쇠고랑이로 차고 다녔습니까

자기가 비튼 것 아니야

크고 고운 두 눈꼬리가 아리따운 각도를 비껴 세운다

슬라이스 치즈 보다 얇다

폭탄으로 무너진 숯덩이 도시를

뒤지다가 돌아다녔나 봅니다

오늘 수확물이 영 꽝이네

날은 뜨겁고 입술은 갈증으로 바짝 타 들어간다

아이스 박스에 캔맥주도 금방 땀을 흘리고

멀리 장미덤불 그늘 속에 녹쓸어 가는 주철 울타리

드문드문 꽂힌 1자 전봇대

파라솔 기둥처럼 하얀 구름을 펼쳐 놓고 있다

흰 자갈이 깔린 길 위에

택배가 도착하고 있다

어디서 언젠가 봤던 것 같은

기억나지 않는 한 컷이다


5  

요즘 자기

내 옆방에서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야

가물거리는 촛불 속에

빨간 와인도 흔들린다

분위기 잡자며 켰는데

아 XX 있잖아 인간으로 하기로 했어

등에 멘 가방이 춤추듯 덜렁거린다

점점 키를 줄이는 촛불

듣고 있는 거야 마는 거야

시간 속에 구르는 달콤한 목소리가 지나갔다

노랗고 축축한 보름달이 여자의 우축 창가에 떠 있다

기술적으로 자리 배치를 시킨 것 같네

여자는 등을 비틀어 창문을 본다

찰칵찰칵 쏘아대는 눈꺼풀 조리개를 열고 닫는가 싶게

거대한 여름밤 위에

비튼 허리선과 두 쪽에 동그런 곡선이 매끄럽다

시간은 교수대에 매달린 사형수처럼 흔들린다

아카시아 가지에 대롱거리는 달덩이

낫 같은 초승달이 이파리을 베어내던 것을 봤었다

여기에 와서 몇 번이나 그랬는지

맨발로 타닥타닥 걷는 소리

연약한 나뭇잎들 위로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빗방울

여자의 까만 눈이 촛불 속에 깜박인다

지나간 남자들의 기억일까 컴컴한 여자의 우울이 기어나온다

액자 테두리 같이 차츰 어둠으로 둘러싸인다

촛불 하나

간신히 불밝히는 탁자

흙탕물 같은 새벽빛이 저 위에

놓일때까지 나는 멈춰 서 있고 싶어졌다

한 무리의 인스턴트 남자들이 지나간 자리

흐느끼는 한 여자를 바라보는 듯 하다

벌써 알리바이를 다 만들어 놨겠구나 싶은

확대된 동그란 동공이 있다

포크로 콕 찔러 마요네즈에 담궈진 구슬이 떠 오르네

자기 지금 감정을 꺼 놓고 있는 거야

올 여름 풍경이 얼마나 푸르렀는지

생각하고 있었죠

자체 발광하는 개똥벌레 같이 두 눈빛이 반짝인다

한낮에 은사시나무 같은 입술이 스친다

헛되고 덧없는 마지막 유희일까

몇 잎에게는 이른 가을이 이미 덮쳤을 것이다

붉은 서정시 한 잔

은은한 크리스털 부딪침으로 서로를 깨운다


6  

천천히 붕괴되는 여름

불타는 연기 기둥이 다가온다

아 짙어가는 가을일까

다시 비명을 질러대는 사이렌 소리

나는 여름 무덤과

가을 십자가 사이를 조용히 돌아 다닌다

못 박는 여자의 망치 소리

신성한 시에스타( 낮잠 )

맨 마지막으로 이마에 박힌다

무엇도 중요하지 않는 입맞춤이 지나간다

알 수 없는 연민이 통치하는 나라

나는 눈을 뜨지 못하고

혼자 힘으로 일어서도 되겠거니

여자는 찡긋 윙크한다

깨어 있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총을 조준할 때 하는 건데요

누군가 저 세상으로 가겠군요

자기는 이미 죽은 거잖아

나만 알게 표시를 해둬야겠는 걸

노을이 저 지평선 모퉁이를 돌때

하늘에 펼쳐진 구름 색깔을 자기가

걸치고 있을 꺼야

사각사각 스치는 스커트

나뭇잎 사이로 속삭이던 산들바람 색깔이다

저무는 노을 창턱에 불그스레 끼어든

오렌지

연어살 분홍빛 메롱이 있다

꿀꺽


7   

자기 요즘 너무 말을 아끼는 것 같더라

살 좀 찌우고 싶어서 그런 거죠

무슨 강아지 기저귀 차는 소리야

말을 하려면 뇌를 회전 시켜야 하잖아요

아 그 2%에 20% 이야기인가 보네

인증키 놀이로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가 보죠

무슨 강아지 기저귀 갈아주는 소리야


300m전력질주와 같은 칼로리 소비가 있다더군요

무슨 킨제이 보고서 최신판이라도

읽고 있었나 보네 요즘 자기 이상하긴 한데

내 옆방에서 도데체 무슨 짓거리를 꾸미고 있는 건데

한 밤중이면 짜각짜각 걸리는 문손잡이 소리가

공주님 꺼 였나보군요

안 열려서 참 섭섭하셨겠어요

그랬으면 어쩔 건대

레퍼토리 좀 바꾸면 안 될까요

성인 용품점 인형이라도 숨겨 둔거야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지 안 그래

인간은 XX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 좋겠네 인간아

왜 남자는 취미생활을 가지면 안 됩니까

공주님도 한 남자 구입하지 그래요

뭐야 정말 그런 거야

이거 완전이가 아니라 완존이네

내 입술은 깨끗해서 담고 싶지 않네

정말 좀 그렇다 거 엉덩이 좀 치워주지 그래

아쉬운 사람이 치워야하지 안 나요

탁탁 손바닥이 누구 거였은지 기억도 가물가물입니까

근데 택배가 오면 왜 공주님은 숨습니까

이거 완존 정전협정을 화장실 물내리듯 내리고 있네

이 인간아 나도 쪽팔리지만

남자가 얼마나 못났으면 여자를 저리 만들었을까

남자 욕먹이는 거 않니겠야구

남자 체면 좀 세워주려는 이 가련하고 고귀한 희생정신을

감사할 줄 모를지언정 이러면 안 되지

어이구 그러셔요

그냥 가사 도우미라고 둘러대면 되잖아요

뭐 이 인간 말종 작정을 했구만

뭐 가사 도우미는 남편한테 두들겨 맞아도 된다는 말이야

이 인간 그렇게 안 봤는데

무슨 조선시대에 살다 뛰쳐나온 거야 뭐야

논리가 좀 이상한 비약을 하고 있긴 했도 훌륭하긴 하네요

근데 왜 저 따라하는 겁니까

물들고 있나 보지

길게 늘어선 팔짱으로 콕콕 찔러댄다

드라마도 끝났는데 왜 안 꺼지는 거야

말씀 놀이가 희한하게 재밌어서요

그 드러운 성질머리에 휘발류를 끼얹는 게

그리 재밌다면

내가 실수했나 보네

뒈지게 지루하게 했어야 했는데

아 친구 생일날이 곧 인데

뭘 택배로 보낼지 고민고민 중이야

자기는 남자로써 뭘 해 주고 싶어

상황을 알아야 거기에 맞추지요

그 친구애는 글쎄 그림을 그리고 싶데

그 남편이라는 인간이 성질이 좀 그런지

결백증이랄까 너무 깔끔을 떤단 말이지

집이랑 그림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지저분해진다 그거지 뚝뚝 떨어지는 물감 말이야

그냥 방하나 내주면 끝이겠는데요

딱 네 말이 그말이야

자기 어머니도 미역국을 드실 자격이 충분하겠다

이런 똘똘한 이 아들을 낳으셨으니

그 남편이라는 새끼도 참 한심하지만

그 공주님 친구는 더 한심한 잡년 같네요

왜 그 남편이랑 확 갈라서고

그림에 몰빵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잖아요

밤일에 홀딱 빠졌나 보죠

이 인간은 모든 걸 다 그런 쪽으로 비틀고 있네

내일은 아침 점심 저녁까지 모조리 미역국이야

싹수가 노란 날이 아니라 홀짝이는 날이지 아마

미~여 어ㄱ~쿡 ㅋ꾹 국

언제부터 메뉴를 공개하셨는지요

하야 기지개를 켜신다

어퍼컷인가 싶은 귀여운 어퍼컷이다

어머머 자기 아직 안갔어 좀 아팠겠네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나는 모기가 찌른 줄 알아죠

미역국을 끓이려면 미역국을 물에 푹 불려야겠지

세상에는 여자에게 맞고 사는 남자도 있다는데

도데체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인 것 같았다


8  

그 친구 생일이 예수든 석가모이든

하다 못해 마호메트 탄신일보다 더 의미가 있습니까

365일 중에 단 하루

탯줄 끊는 기념일이 뭐 그리 대단한지요

도무지네요 더 정확히 365.2422일이니

4년에 한 번 2월 29일날 태어난 사람은

4년에 한 번 생일을 맞겠군요

이 무슨 수정구슬 깨트리는 소리야

미역국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아서요

긴 미역 줄기를 숟가락에 휙휙 돌려 먹는다

다음번에 공주님의 그 잘난 친구를 만나면

닭모가지를 비틀듯이 한 두 바퀴 회전시켜 드리고 싶네요

우리 공주님이 빈 캔맥주 깡통을 휙 돌려

버리듯이 홱가닥 목덜미를 돌려버리고 싶네요

뭐야 이 인간 완존 뭐네

미역 줄기가 너무 길어서 끊어지지 않지만

이렇게 잘 먹어주는 것도 이젠 죄가 됩니까


어떻게 하루가 가는지

쾡한 눈으로 지는 태양이 한 가득이다


월화 드라마에 잡혀 소파에 앉았는데

평상시 같지 않게 조용하다


취미생활 방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요

뭐가 이리 반짝거리는지 눈부시네요

아닌가

알았으니까 빨리 꺼져버려

홀수 날은 홀짝홀짝 미역국 먹는 날일꺼야

내일은 싹수가 노란 날이니까

자기 것은 자기가 먹고 나는

미역국을 먹어야겠어

울퉁불퉁 다람쥐 뺨에도 도움이 된다나 뭐라나

썩 꺼져 버려

인~~~~~~~~~가 아아ㄴ~간덩이 푸아그라야


제발이지 그냥 혼자 터뜨리고

혼자 맞이하세요 제발 `~`요


캔버스에 그렇게 그려 두었다

물론 방문은 살짝 열어둔 촛불이

긴 빗변처럼 서 있도록


9   

하염없이 밤비가 내렸나 싶게

발효가 시작된 밀가루 반죽처럼

부풀어 있다

이스트가 대탈출을 하는지 흠 흠

헤리케인이 납셨군요

들쩍지근한 까만 해바라기

바짝바짝 여문 눈동자 냄새가 난다


지평선 너머까지 스멀스멀 습기가 차 올랐나

옅어진 갯버들 이파리도 가을로 가는 길일까

우리는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

친구더라 여기 와서 살라고 하세요

공주님보다 더 예뻤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겠죠


언제 알았어

팔레트 나이프는 소름이 끼치데


팝콘 콘프레이크

옥수수콘

콘도르

콘도

왜 단어마다 콘이 들어가는지 모르겠군요


그냥 밥이나 먹자

싹수가 노란 날이면 누가 식탁에 있어야 하는지 잘 알겠지

길고양이 콩나물 대가리 씹는 문장을 엮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잖아


10  

아 옥수수콘이야 뭐야 완존 자갈돌을 담근 마요네즈

무슨 주사위가 그리 큰지 햄도 지겹다 지겨워

계란 후란이는 왜 그 모양인지

이빨이 후들거린다니까

토스트 빵인지 벽돌인지

씹으라고 내놓은 게 영 아니잖아

레미콘이야 뭐야 이 케찹은

이제부터는 내가 저 씽크대를 접수할테니

얼씬거리지 말아죠

밤이나 잘 처먹어 주면 참 고마울 꺼야


근데 한 가지 물어보자 자기야

무관심인 줄 알았던니

그 동안 감시당하고 있어다는 느낌이 팍팍 찌르데

저 도시 화실에 있는 위치며 놓인 이젤 상표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어떻게  이 방에

팔레트 나이프까지 같을 수가 있었던 거야

우연이였나 보죠

첫만남의 바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성질이나 긁어대면 싹수가 노란날

설거지로 갈 수 있으니까

좀 참지 그래 자기야 안 그래

목덜미에 착 감기는 스웨터 목덜이 같다

입술에 스치는

뽀송뽀송 긴 털실이 하늘거리듯

언젠가 예감했던 그런 아침이였다


스페인 황소가 죽은

투우장에 드리운 푸른 하늘 같이

언덕이 누워 있다

고야의 죽음 같은 풍경화 창틀

희고 적막한 난파선 같이

꿈에 취한듯 바라보는 두 눈동자 속에

눈동자는

혼자 힘으로 설 수 없는 아침을 다시 예감한다

불행한 이에게 남은 유일한 조국은

여기 에덴 뿐이다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손님 자격으로 

스쳐가야 할지라다도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듯

죽음 같은 깊은 잠에 빠지는 이브

약속은 꼭 갚아야할 빚과 같아서

우리는 서로 두려워 하기에

서로를 외면할 수 밖에 없다


11  

야들 야들 싱싱한 녹색이 푸르스름한

빛깔을 입고 걷는다

우리 안에 거니는 구름색깔

바로 그것이다

와인잔의 핏빛 적포도주

반사광이 짙게 열린다

다람쥐 뺨 만들기는 계획적이였던 거야

여기서 내 생일을 챙겨주려고 그런 거야

우연이 우연을 낳아 이렇게 서 있잖아요

우연이 운명을 낳기도 하지

우린 운명일까

지나고 나서 보면 모두가 다 운명이고

숙명이 아닌가요

이 인간이란 말이 보글보글 거리게 만드는 거

자기는 알고 있겠지

좀 내 분위기에 협력해 주면

어디 뽀록지라도 나는 거야 응

침대에서나 분위기를 잡지 그러세요

세상이 다 침대가 되는 연애질이 그리우신가요

침대에서만 살 수도 없죠

룸서비스는 그렇다 쳐도

화장실도 가야 하고

먹은 만큼 내놓아야 하고 씻어야 하잖아요

제 아무리 한때라할지라도

알츠하이머 한 구멍이면 이 기억 또한

스펀지가 될 것들이 아닌가요 뭐가 남죠

공주님은 저 캔버스에 뭘 그리세요

저는 저 모니터에 무얼 써 댈까요

어떤 선을 그려넣어 의미를 스케치하고

물감 옷을 입히는지요

낡아가는 가죽의 권태로운 냄새처럼

체온이 휘발시키는 향수내음이 있고

뭔가 은밀한 암묵적인 합의를 맺은듯

눈동자을 찍는 하얀 캔버스가 있다

나는 그림이나 그려야겠어

나 가봐 자기 알지

썩 꺼져보다 이 얼마나 공손한 부탁인지

여긴 이제 내 영토가 되었단 말이지

그걸 알아 줬으면 좋겠네


공간의 허어연 얼룩이 입술을 꾹 눌러대고 있다


12  

캔버스는 하얀데 그림자는 왜 검은 걸까

손키스를 손바닥 키스라고 굳이 고집하는

글쓰기는 무슨 심보일까

까맣고 둥근 한 짝 눈으로

나갈 길을 재촉하신다

매만져서 만질만질해질 것 같은

구슬을 주머니에 넣는다


왜 그래

개한테나 물어보세요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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