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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론/ 강만호
꽃의 심장만 파고 드는 나비가 아니라
흘린 간장이 흘러 내리는 식탁 모서리에 앉아
찐덕이는 앞발을 비비며 기도하는 파리가 될 것,
오솔길의 한적에 바람이 뿌린 향수가 아니라
북적대는 인적이 아무리 숨겨도 풍겨 나오는
인분과 하수구와 입냄새와 발냄새에 끌려
살을 때릴만큼 귀찮게 달라붙을 것,
똥과 죽은 사체에도 머리의 눈과 이마의 눈을
모두 들이대고, 국과수 연구원처럼 파고들 것,
꿀만 빨아대는 나비가 아니라
피 고름 타액이나 누액이나 썩은 젤라틴이나
닥치는대로 맛을 보고는
주둥이에 볼펜을 물고 그 때 그 때 쓸 것,
활짝 핀 장미도 좋지만
배추 벌레가 황군 병사들의 매독 걸린 성기처럼
지나다닌 배추의 밑동 진물 곁에서 묵념할 것,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부조리와 부패와 생의 약점에 알을 슬고
그안에서 구더기처럼 소소한 생명을 불러낼 것
전염성 없는 예술은 가짜다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공감 가는 시창작론 잘 읽었습니다
전염성 없는 예술은 가짜다 압권입니다
강만호님의 댓글
늘 감사합니다. 임 기정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