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08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
대화07 지면 부족으로
(지금 껏 여기 대화07까지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면
그건 당신 문제일 뿐이다)
제자리에 섯
이 무슨 개떡 같은 문법이신지
목매달기라도 하자는 건가
13
자기 뭐 잊고 간 거 없어
멀리 창가에 군데군데 나무들이
제 그림자를 당기고 있었다
화가의 눈이 그곳을 노려보고 있다
아침 공기를 날카로운 끌로
새겨놓은 것 같다
솟아오른 햇살 속에 날개짓으로 지나가는
산새소리 몇 줄
절대로 끝날 것 같지 않은 뒤돌아선
파란 풋사과알 같이 조그만 여자의 한 주먹에
태양이 창틀을 벗어나고 있었다
나무들이 유리로 만들어진다
뻣뻣하게 굳어버린 여자의 그림자 한 줄
특유의 차가움고 덤덤함이 내 발밑에 닿는다
발가락을 들면 여자의 머리가 밟힌다
선텐도 참 기이하게 하시네요
내 얼굴이 까맣게 타는 줄 알았지
침묵 겨누기에서 내가 이긴 거네
사물의 해체와 환상적인 자기 표현에 몰두한
살바도르 달리를 떠올렸을 뿐이다 나는
잠자리 투명 날개가 창틀에 끼어든다 침입인가
거기에 한 자리 끼인들
뭐가 더 달라질 것인가
립스틱이 녹아내렸네요
태양이랑 키스하니까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14
뭘 기대하며 기다리고
이렇게 인내하는 걸까
팽팽한 핏물 입술
서로를 겨냥하는 사냥 놀이인지
사냥꾼의 총소리를 기다리는 사슴일까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은 기린이다
쇳물맛이 옅어져서 맛도 없네요
총구멍 아가리에 불발탄인가
아무 대답이 없다
길 서쪽 끝으로 거대한 까마귀
날개가 펼쳐진다
지루하게 지속되는 일상의 가벼움으로
약간의 가림막 같은 원피스가 투명하다
왜 창틀 풍경보다 먼저 보지 못했을까
너무 익숙해져 버렸나
여자의 연한 핑크빛 탱탱한 두 달덩이
녀석의 건강이 쑥쑥 팽창해 있었다
풋사과 주먹으로
자기 입술을 덮을만큼 우스운 꼴인지
최첨단 고문 기술 치고는 참 예술적이네요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고장난 줄 알았다니까
아랫 녀석의 귀에는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겠네요
모든 게 그 옛날 질서
그대로 되돌아 왔을까
나도 알고 보면 인간성이 섬세한 여자잖아
그 인간성이란 인간이 XX로 들리네요
`
대화08
1
누구도 자신의 결핍을 채우는 법을 알지 못한다
2
하얀 낮달 무릎팍
핫팬츠로 짧게 자른 청바지 (물론 내 것이다)
넙죽 풀려나온 (그러거나 말거나)
살짝 달라붙은 시선 실밥을 뽑아낸다
서로에게 소중한 의미로 돌아설
내일을 그려봤다
서러운 서로의 우연이 마주보는 벤치 그네
요 귀여운 귓가에 한 줌 속삭임을 준비한다
3
바람에 묻어 나오는 가을
조개껍질 입술이
난데없이 카아악 분위기를 조지는 가래침 소리
우리 꼭 이래야 하는 겁니까
이게 뭔데
인증샷이 언제였다고
제가 헹궤 뱉는 가그린인가요
어머머 이 남자가 제법이네
어쩔때는 분위기를 뒈지게 따진다니까
새삼스럽기까지 하네
시들한 석탄 찌꺼기
까만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4
고개 좀 돌려봐
소변 좀 보게
화장실은 너무 멀다 내가 봐도
단추 달린 긴 부츠
알았으니 볼일 보세요
상상력이 이럴때 만큼은 아낌없이 풀어진다
어떻게 자크 내리는 소리까지 따각따각
계단을 내려가듯 슬로우 비디오로 늘어지는
참으로 모를 일이 벌어진다
거기에 한 번에 잡아 내리는 팬티와 바지가
엉덩이에서 뜯겨지며 정전기 소리로 스치는 소리까지
쉬이
참 말을 못했는데요
뱀이 그 날씬한 엉덩이를 꽉 물면
직빵으로 직행합니다 이 세상 끝이죠
이 개새끼
어머머 또 뭐니
아 이 찌린네
청바지를 입지 않았던가요
이제는 찌린네를 걸치고 있나 봐요
너 그러고도
내일까지 살아 있을 것 같니
두 뺨이 완전 복어칼이군요
여자는 게거품 묻힌 입술을 부르르 떨며
쫄래쫄래 폼도 이상하게 뛰어간다
다시 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나만의
계절이 홀로 시작 된다
5
살아있는 죽음들
작은 고무꼭지가 달린
그 옛날 라디오 안테나 같은 지시봉이
빨간 적외선 포인트를 찍으며
고객만족 사랑
헌신 사랑해요
벤다이어그램을 그리며
프레젠테이션을 마친다
뜯겨나간 11년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걸 봤고
살이 뒤룩뒤룩 쪄버린
고혈압도 봤지만
별 고민 없이
끝없이 늘어 선
그런 눈치로 합의된 말없는 명령과 복종에
엎드려 있는
스스로를 불평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만 깨어날 뿐
그저 그뿐이었다
혹시나
어쩌면에 또 다시 오늘을 걸고
아침 엘리베이터
위 아래로 흩어질 뿐
6
왜 그렇게 슬슬 나를 피하는 거야
내일까지 살아 있으려구요
헹켈 칼세트도 유심히 보던데
우리의 시선이 가 닿는다
베풀지도 않으면서 빼앗고
조르기만 하던 여자애를 떠올린다
탁탁 원피스 무릎팍을 친다
소파 반대편 끝에 앉았던 나는
수평의 DMZ 간격을 수직으로 세우기 위해
쪼르륵 엉덩이를 끌고 간다
털썩에 닿기도 전에 어이그 인간아
목조르기가 먼저 매복하고 있었다
물안개를 가려주는 커튼이 있고
멜로 드라마 속에 연인들의 울음은
우리들 인증샷에 달콤한 감미료 같다
다시 어지럽게 뜯겨지는 침묵 위로
첨벙첨벙 걸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드럼 세탁기가 일을 끝냈는지
비명을 질러댄다
언제까지나 기다리고만 있었을까
아몬드 눈동자가 한 스푼씩
늦은 저녁을 챙기는 내 손을 쫓는다
밤바람이 산맥을 타고 내려와
침묵을 근원을 건들고 있다
자기는 내가 그렇게 겁나서
바깥에서 쫄쫄 밥 굶고 맴돌았던 거야
유리 구슬 같은 눈웃음이 푸짐하다
무서워할 건 무서워해야죠
내 머리 위에 무슨 폭탄이 떨어지려나
자기 나한테 춤을 배우고 싶다며
춤이나 출까
더 예쁜 여자를 꼬실 수만 있다면 기꺼이요
자기가 그래도 하나도 화가 안나
하루치 성질을 다 써 먹었거든
태초에 그랬을 하나님 같은 마음씨군요
7
허리는 쭉 펴고
가슴은 아기를 껴안듯 부드럽게
다리는 나처럼 매끈하게 쭉 펴보라고
춤은 언제 추는 건데요
지금 몇 시간 째냐구요
그 길쭉한 붓은 겁나게 아프네요
지금 선생님한테 할 소리야
시간의 압력이 석탄과 석유로
몇 번은 분출했겠다 이 년아
그냥 그렇게 스르르 나올 것 같았다
저는 그냥 춤이고 뭐고 안 배우고
그냥 살렴니다
참 끈질기기도 하더라
금방 나올 줄 알았더니
이쁜 여자를 향한 헌신적인 노력이 가상하데
저기 내 단추 부츠 가져와
그리고 이렇게 서봐
여자의 부츠 코에 내 발가락을 올리고
무슨 허수아비 블루스인지를 싣고 흐른다
합법적인 스킨쉽이어서 인지
재미도 영 시들해진다
지리학적 근원에 근거하여 달은
하늘 아래 산등성이를 지나가고
구름은 저 아래 골짜기를 지우고 있다
창가에 회색 빗방울 사이로
유리알 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잿빛의 농밀도를 지닌 천정등 아래
살결의 숨결이 휘발시키는 향수 내음
나의 단어들은
물렁뼈들이 울리는 단조로운 진동에 취해 있다
낮게 흐르는 은은한 달빛의 옷자락
떠먹은 요플레 한 스푼 지나가고
창턱에 떨어진 달조각 몇 줄
소멸이 시작되어 가는 아래 산등성이
그녀의 늑대는 눈을 감는다
이야기 속에 생명을 얻으려
이리저리 꿈틀거리는 여자는
이야기가 달라지는 걸 알지 못하고
털 색깔이 바뀐 늑대를 바라볼 것이다
늑대 울음 소리를 흉내내던 소년은
늑대 이야기를 기억해내는 어른이 되어
늑대 울음을 울어볼 것이다
마지막 힘을 소진시키며
혼자 쓸쓸히 등을 깔고
사랑은 먼지처럼 어디서나 보이는 것
손끝에 걸리지 않는 브레지어 끈
슬쩍 내려가 본 허리 아래
긁히지 않는 팬티 곡선
이 건 또 뭐 지
말랑말랑 씹히는 촉감을 꼬집어 본다
아야
번뜩 정신이 들었나
자기는 또 무슨 장난질을 하고 싶은데
엉덩이에 뱀이라도 물린 것처럼 떨고 있길레요
세상에나 있을까 싶은
이런 말종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아름답다
무덤이든
화장터든
어딜 가든 만날 싸울질이니
미리미리 연습 좀 넉넉히 하려구요
나는 자기 옆구리를 꼬집어 보려 했는데
내가 늦었네
왜요
여긴 에덴인데
자기 갈비뼈가 아물었나 살펴보려구
아담은 아물때까지 잠들지 않았나요
내 말이 그말이지
자기는 아직도 잠들어 있는 것 같애
그렇다면 깨고 싶지 않군요
8
집 뒷편 언덕 어딘가
소나무와 양치식물 그늘에
작은 야행성 동물들의 보금자리
서성거리는 새끼에게 챙겨갈
어미의 먹이 걸음이 바쁠 것이다
작은 시냇물에 목을 축이는 달처럼
잠들었을때 조차도
삶은 쉬지 않고 흘러가 꿈에 도달하죠
설거지가 끝나면
발자국이 없는 숲처럼 되지요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가보는 건 어떨까요
언어는 삶의 뿌리다
발바닥 밑에서는 길이고
머리 위에서는 모자다
삶을 바꾸기 위해 어투를 바꾼다
비는 누그러져
가랑비의 회한을 뿌리고
아주 먼 곳으로 가는
우르릉 꿍쾅
천둥소리와 치직거리는 진동을
떠안고 바라본다
9
이 밤의 모퉁이는
아무도 볼 수 없는 동화의 나라
하나의 작은 눈길이
수천 수만 개의 다른 눈길로 이어지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욕망하는
삶의 미로가 만들어낸 수수께기를 껴안는다
셀 수 없는
저 낙엽 소리에 숲이 흔들린다
거실 귀퉁이에서 희미하게 메아리 치다가
사라지는 침묵의 소리로 뒤돌아 선다
10
옛날 옛적에 그 달빛으로
장식한 그 시간
신의 뜻대로 다스려지는 세상이 있었지
나에게는 늘
어디 가는 길인데 대뜸 묻는
예쁜 공주님도 있었고
서로의 눈길은
짝짝이로 신은 양말 같았지만
그 끝이 어딘데
참 새침하셨지
`
공주님의 꿈 속에서
한 여름의 임계점을 느끼며 공기 중에 한 줄기 수런거림이 날아들고
여자는 몸을 돌려 언덕집으로 오른다 하늘거리는 가을 이파리들이
나즈막히 계단을 오를때쯤 후드득 첫 빗방울이 느껴진다
먹구름 속에 잠긴 계단을 따라
슬며시 열린 창틈으로 쐐기 모양 빛살이 새어 나온다
천장에 그려진 이파리와 나뭇가지들은 지워졌을 숲을 다시 바라본다
눈동자 우물 속으로 빠져든다 떨리는 꽃잎과 거대한 나무 그림 속으로
쏠려 있는 뜻모를 꿈을 꾸게 한다
늙은 눈이 젊은 얼굴에 박혀 있다
그녀가 고갤 돌릴때마다 시선도 벽을 따라 흐른다
모래의 바다를 횡단하는 발자국들
가끔은 마른 강바닥을 건넜고 하늘에서 전쟁이 일어나던 시대
추락의 잔해를 걷어내고 천천히 우물을 만들어가는 법도 배웠다
촛불이 페이지 위에 흔들릴때도 좋았고 이 시간의 벽을 장식하는 소음과
목소리를 우물 물처럼 삼킨다 눈물도 노래도 그물 침대에 누워
흔들리는 불빛 아래 가물가물 지워지는 검은 문자숲이
그녀의 무릎에 떨어질때쯤
누군가의 표식으로 접혀진 귀퉁이 주름을 유심히 쳐다본다
마음속으로 파드득 날아가는 무언가가 있다
낙엽이 크게 쓸린 나뭇가지 사이로 다시 달이 뜨고
그날 하루 동안 지나갔을 모든 얼굴들이 미묘한 향기로 피어오른다
페이지는 우글쭈글한 파도처럼 달라붙어 있기도 했다
왜 무지개를 떠올렸는지 무심코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그리고 다시 꿈 속으로 걸어간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