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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0]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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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슈뢰딩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8회 작성일 18-08-1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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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어젯밤엔 할아버지 왔다 가셨나 보다


아빠가 그랬다 할머니 젊었을 땐 풍물놀이 단원도 하고 육십이 넘어 뉴질랜드 가서 행글라이더도 타신 분이라고 동네에서 가장 정정하시다고 그런 할머니 닮아서 고모들도 다들 기가 세지 않냐고 엄마도 할머니 걸음이 너무 빨라서 같이 걷고 있으면 숨이 찬다고 했다


학교에서 공출이라는 말을 듣고 와서 아빠한테 그게 뭔지 물어보면 할머니가 잘 아실 거라고 해서 나는 할머니 방으로 쫓아가 할머니 공출이 뭐에요 하고 묻는다 그러면 할머니 누워계시다 내 말을 알아듣긴 하신 건지 품 열고 이리로 오라고 토닥인다 나는 주름진 팔뚝을 베고


일본 놈들 쳐들어 왔을 적에 집에 있는 냄비고 숟가락이고 죄 가져갔던 이야기부터 난리통에 큰 고모가 아빠 업고서 숨어내려왔다는 이야기도 듣고 고향에 돌아와서 할아버지가 지은 집이 이 집이라는 이야기도 들으면 그 끝은 언제나처럼 낸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 되서르메 대통령 해여 여적지 정 대통령이 나온 적이 읎어 정 대통령 해서 할무니 묘에다 술 부어 놓고 절해여 할무니가 대통령 하라더니 증말로 대통령 됐시유 해여 하시며


명절에 큰아빠 큰엄마 인사 오시면 꼭 할머니 용돈을 챙겨주시는데 그러면 할머니는 이불 밑에 전기장판 밑에 봉투째 넣어두시고 큰아빠 올라가시고 나면 봉투 되로 꺼내서 나 한 장 둘째 한 장 막내 한 장 주시고 나머지는 엄마 드린다 그러면 아빠는 나도 달라며 엄마는 아들만 안주는 게 어딨냐며 투정 부리고 할머니는 웃으시며 나도 이제 없다 하며 들어가신다 아빠가 할머니한테 가서 감사합니다 하라고 한다


어느 날은 엄마가 할머니 큰일 났다며 어저께는 생판 모르는 한의원에 들어가서 손녀사위를 찾다가 나왔다며 분명히 손녀사위 중에 한의원 하는 분이 계시긴 한다지만 정신이 오락가락 하신다면서 또 그 전 날에는 배가 고프셨는지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고는 그냥 나왔다고 했다 아빠는 화내고 할머니는 영문을 모르고 엄마는 나보고 동생들 데리고 방에 들어가 있으라 하고


뒷산에 있는 할아버지 묘 가팔라서 작년부터 온 가족이 다 올라가는 길 혼자 따라오지 못하시고 말로는 나도 가 나도 가 하시지만 가뜩이나 가파른 데에다 조경 공사 한답시고 포크레인 들어올 시멘트 경사를 놓는 바람에 더 깎아지른 오르막길 아래에서 성묘 마치고 올 때까지 하냥 기다리신다 언제 또 올라갈 일이 있으시려나 꿈에서야 올라가시려나 하시더니 내가 대학에 들어가도록 한번도 못 올라가 보셨다 매년 오르던 그 언덕을 나는 그래도 좋았다 내가 졸업할 즈음에는 니가 누구여 할머니 손자여 하시는 것 보다는 나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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