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하여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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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07
1
전투 모기
까만 흑백판화를 팔뚝에 탁탁 찍는 벤치
오늘은 그만 찍고
총알에나 관통당하러 우리 집에 가야겠다
언제부터 우리 집이 되었는지도 아리송하다
바깥과 격리시킨 에어컨 날씨와 시간이 흐르는 곳
이래저래 기죽어 사는 데도 익숙해지니 재미도 있고
공주마마가 이리 손수 열어주시니
어인 일 이신지요
믿지않는 자들만이 살아남는 도시
2층 창문 커튼이 출렁거리는 걸 봤었다
내 욕망까지 요구할 순 없겠지
2
딱 봐도
날 괴롭히는 재미에 맛들린 듯
저는 매저키스트가 전혀 아니예요
차라리 소드에서 일으켜 세운 모음 하나이거나 둘
사드 백작? 혹은 사디이거나 살라딘 이라니까요
혓끝에 매단 채 이 여자에게 떨어뜨리지는 못한다
이 여자가 꾸미는 바쁜 체에 놀라운 능력에 늘 놀랄뿐
빈 손으로 모이는 저 세상에 도달한다 할지라도
여전히 바쁜 체를 계속 꾸며낼 재능에 나는 계속 찬탄할 것이다
풀잎이 바쳐든 이슬방울처럼 휘어지는 어깨를 하고
돌이켜봤자 망설임만 추가될 뿐이여서
오늘 밤은 또 뭘로 뾰족하게 굴까 준비가 완료 상태 같은 데
들쥐가 올배미를 슬금슬금 피하듯
내가 왜 쫓겨다니야 하는지에 묘한 재미에 빠져든 나
하지만 나는 나 자신만의 계급에 속해 있을 뿐
3
음란물 공연죄이거나 성희롱은 아닌가요
제 사각 팬티보다 짧고
휘트니스 클럽 스포츠 브라보다도 더욱 더 선정적이네요
감정을 단단히 굳혀주는 것이 언어다
물감과 음악으로 색채를 펴 바르던 거실에 이젤
이 번 주에는 그림이 취미생활인가요
카르멘은 영 말없이 벽걸이 케이블을 켠다
이 꿈 저 꿈을 가져다 퍼나르는
세톱박스는 현대판 판도라 상자다 번쩍번쩍
전략적 위치를 선점한 광고판들이
이런 밤이면
케이블을 타고 소파에 폭탄질을 떨군다
이 여자는 그 옛날 습관을 그리워하는듯
아주 금방 푹 빠져 황홀경에 젖어
주문이 다급하게 마감을 알릴까 긴장하듯 손톱을 깨물고
저렇게 비싼 원피스에 주머니 하나 없다는게 말이 돼요
저 문맥에 무슨 논리가 있을까
그 어떤 반전을 기대하는듯
독자적인 하나의 작은 세계가 나를 바라본다
결코 재배할 수 없는 이 시간이
다른 시공간과 겹쳐진다
차갑게 샘솟는 목소리 한 줄이 흐른다
오래 기다렸어
다시 띄엄띄엄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관계를 더듬거리며 아, 니, 조, 금
에어컨으로 돌려받은 어느 가을 같이
탕수육 쟁반 같은 달이 떠 가고
은밀히 속삭이듯 살랑거리는 숨결이
높이 자란 밤을 뒤흔든다
세속적인 서정과 결국에는 고백하게 될
참한 우리 공주님께는 너무 야해 보여서요
거짓말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진실은 늘 단 하나다
내 눈꺼풀 위에 그녀의 별가루가 떨어진다
냉장고 문짝을 감싼 고무자석 같이
밀봉된 우리만의 계절이 지나간다
페달이 닿지않던 아이적 큰 자전거가 떠올랐다
한 번 밟고 다시 기어오르기를 기다리던
반대편 페달 같이 기다리는 카르멘
하지만
어차피 모르는 남남으로 남을 것이기에 나는
뭔지 모를 미안함을 껴안고 뒤돌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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