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혼자일때 I는 대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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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혼자일때 I 는 대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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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적 은유를 향해
이제 막 걸음마를 땐
아장아장 걸음이 있는 장난감 가게나
따스한 불빛이 벌컥벌꺽 새어나오는
술집에 럭럭 LUCK 따라주는 넉넉한 술병 같이
고해실의 아늑한 어둠 속에
들락거리던 가난한 표정들이
뜸했다 싶으면
죄를 비운 가벼움으로 묻곤 한다
어디 아팠느냐고
그러면 나는
새책 종이 냄새와 니코틴
위스키의 깊은 세월과 카페인의 비밀스런 속삭임을
죄스러워한곤 했다
새벽 가장자리를 조심스레 살피는
길고양이
검은 안개와 함께
기억은 반짝이는 과거를 그렇게 꺼내보곤 한다
가로등이 셔틀콕처럼
내 그림자를 넘겨받는 저녁 거리는
그렇게 포근할 수 없었다
2
스스로가 뭘 원하는지 조차 상실한
자신의 문장 안에 갇힌 죄수가 있다 여기
입주 가사도우미 역활을 척척하시는 우리 공주님
뭐든 대뜸이다
여기 벽걸이 TV 앞에 서 봐
조심조심 들뜬 감정이 홀로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스스로 꺼 버릴까
아니면 그냥 바람에 맡겨둘까
잠들지 않은 밤이 없어졌고
잠들고 싶은 낮이 없어져 버렸다 이 여자로 해서
어울리지 않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불행한 한숨도 사라졌다
시든 풀이 눕는 방향으로
사랑이 없는 사람으로
없었던 사람으로 사라진들 어찌 쓸쓸할 것인가
변변찮은 보금자리에 한 획을 긋는다
너무나도 부드러운 벌이 내릴 것 같다
자기 시간 있어 내일
공주님한테만는 얼마든지요
무슨 계획인지 괜히 궁금해지긴 하다
3
내일이 오늘로 넘어가는 밤
원래 어디에 어떤 행태로 존재하든
저마다의 밀도로 밑돌 것이다
화가의 빵떡 모자라도 선물해줄 것 그랬나 싶은
이 엉뚱한 특례조항에 기웃거리는
내 가슴은
어찌된 일인지
혼자 먹은 저녁이 슬프다는
저 여자 스케줄에 잡힌 저녁 끼니들
자기는 슬픔이 뭔지 조차 모르는 사람 같애
저기 귀탱이가 말려올라간
최신 현대물리학 책이 성경책보다 두껍던데
4
옻칠한 대접하고
저 방만큼은 만지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 않나요
이 집에서 다른 건 다
공주님 것으로 하구요
표정을 구성하는 카르멘의 굳어진 근육을 교묘하게 회피하며
정밀폭격을 날렸었다
팔짱을 끼거나 허리에 두 손은 얹고
배째라
달걀 턱을 둔각으로 밀어올리면 남감해지겠거니
나는 뒤돌아 섰다
이웃 나라가 궁핍에 시달리는데
원조도 하지 않을만큼 나는 잔인한 여자가 아니야
유니셰프 결식아동 구조 프로그램을 시작했나 싶은 이 여자
눈깔을 후벼 파버리겠고 아흥
호랑이 발톱을 세운다
꺼진 QLED 검은 화면에
뼈란 뼈가 다 욱신거리는 건 왜 일까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운명을 더듬어가던 길인데
그 비그친 간이역장의 메시지를 받았다
5
숲 사이로 스쳐가는 가을바람 소리 같은
문체였다 기존과 미세하게 다른 늬앙스에서
끝이구나 싶은 예감만이 확실히 들어섰다
가는 곳마다 허무와 비관이 반짝거리는 도시
코드네임 안개를 내 쪽에 세우긴 했다
가스실 눈꺼풀은 확실히 내 것이었지만
일주일의 시간을 내준 것은 아마도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자신감이거나
뇌수에서 방출된 생명의 파동이
어느 쪽이 정지할 것인지에 대한 도박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6
하루가 조그맣게 싹트는 새벽
무럭무럭 팽창을 거듭하는 카르멘이
아랫도리를 부글부글 끓이는 란제리 패션으로
길을 막아선다
어둠에서 이제 막
깨어난 반짝이 이슬 같이
우유부단함이 식탁 위에 흐르고
대나무 젖가락 놀이 휙휙이 재발했나
시체처럼 이제는 서 있을 뿐이다
짝다리는 짚어도 좋아
움직이지만 말아줘 말도 하지마
7
나를 봐야지
캔버스를 툭툭치는 4B 연필
뾰족한 끝만 보인다
쳐다보는 것과 탐색하는 건 다르다
뭘 꼴아봐와 눈깔 깔아라가 서로 다르듯이
목소리의 대부분은 사라지고 맴맴소리와
시스템 에어컨 콧김 소리인지
위로부터 쏟아지는 냉기에 정지된 시간이 가라앉는다
에어 샤워장을 통과하는 반도체 공장의 방진복처럼
살갛을 때리는
우리 둘만의 숨소리가 서로를 겨눈다
자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오줌 탱크가 만땅인 것 같아서요
8
방귀도 화장실에서 안심하고 뀌는 내가 있다
거울 속에 나
침대에서 못 봤던
이 이상한 동거 속에서 그냥 스쳤던
저 여자의 이미지가 칼 구스타프 융의 아니마로 해체된다
프로이드의 이드는 거 왜 있잖아 너다
겨우 의식에 걸리는 저 카르멘은 그 그림자일 것이다
에고든 슈퍼 에고든
뭐야 화장실에 농땡이를 치겠다는 거야
점심 먹는 시간을 기다리는 거예요
벌써
뭐 벌 서야 할 시간이란 말인지
벌을 세워야 한다는 시간인지
벌써라는 단어마져
기이한 의미로 자리잡는 마음 한 구석
뭔지 모르지만
저 여자 앞에서만은
이상하게도 브로이카 영역이 다운된다
정말이지 낮잠이란 게 이럴때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졌다
9
거 왜 있잖아
그 여자는 누구야
오전 탐색이 끝나고 본격적인 심문질이 시작 되었는지
아주 직격탄을 날린다
나는 눈동자에 힘을 주고
눈치 하나만은 빛보다 빠르다는 가상의 입자
타기온인지 과거로 거슬러 오르는 눈동자를 본다
아 이제는 말해도 돼
연필 꼭지를 물고 뭔가를 생각하는지
아차다 싶었을 것이다
터벅터벅 이젤 앞에 오락가락 회전을 거듭한다
뭔가가 생각났다는듯 뭔가 한 줄 긋고는
자기는 오늘 이 캔버스를 쳐다보지도 않을 거지
가슴속에 방패가 되어줄 필사적인 문장을 검색한다
제가 봐야할 이유라도 있나요
홀로 흡족해 하는 카르멘
좀 쉬었다 하면 안될까요
저는 마네킹이 아니예요
턱턱 옆자리를 친다
뼈 빠지게 착취당하는 하루살이라도 잡나 싶게
이 무슨 거대한 은혜라도 베푸나 싶게
내가 왜 감사해야 하는지 조차 까먹고
허겁지겁 앉는다
그 유명한 스톡홀름 증후근을 앓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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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앉아 있는다는 것이
스르르 눈꺼풀로 무릎팍으로 풀린다
어질어질
아득히 먼 곳에서 들리는 쉿 입술 위에
검지 손가락이 세워져 있고
꿈은 단어들의 강가에 출렁이는 물결 같이 쓰다듬는다
그 아이적 술래잡기 그늘에
그 소녀를 떠올렸다 내가 술래였지만
모든 걸 억누르는 눈꺼풀 속에
스스로가 엮어낸 꿈 속에
황혼이군요 보랏빛 시간을 깨문다
베개 속에 흐르지 않는 건 없다
껴안듯 베개를 잡아당긴다
자기 깼어
깨끗한 하늘 만큼
해변에 발자국이 없는 새벽 눈동자 하나
몇 시예요
시간 같은 건 알아서 뭐 하게
이 분위기는 뭐지
나는 눈만 깜박인다
이 여자의 허벅지에 누인 시간치곤 기이한 저녁
주인의 시선에 바로 휘감기는 푸들 같이
제 원칙이 원래 그래요 하며
불끈불끈 치솟는 알 수 없는 감정의 출처를 추적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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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잘것없는 싸구려 욕망을 구매한 저 저녁을
내일 아침은 힐끗힐끗 쳐다보며
쑥스러워할 것이다
옆구리를 깔고 죽은 은빛 피래미처럼
맞은편 아파트 승강기 헤드에 낮달이 떠 있다
아직도 매복 중인
게릴라 소탕전이라도 펼치나 싶게
혹은 구글 어스로 내려다보는 내 별장 위치 같이
이 여자가 일어선다
우리 저녁 준비를 해야잖아
미안해하는듯
뭐가 미안한지 그게 뭔지가 궁금할 뿐이었다
12
어차피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설계자답게 깔끔하게 가야겠지
결심은 늘 단어로 굳어진다
배낭을 맨 새벽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겠어요
이 여자는 아주
마른침을 꿀꺽 삼켜가며
목을 잔뜩 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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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다
모든 각도에서 조준당하는 나도
이 설계도에 감탄한다
카터칼은 챙겨왔나 아니요
손가락 모양 권총을 만들어 쏜다 피웅
자네 쪽에 붙었을텐데 나도 설계된 건가 아니요
쿠바 노인네는 계획적이였나 예
카르멘은 이 일을 알고 있나 아니요
하나면 충분할 것으로 알고 있었지
그들도 모두가 자네처럼 에이스였다네
내 젊은날을 떠올리게 하더군
미친자의 눈빛과 지폐 한장 차이로
저 세상이 열려 있다
그때였다면
지금 자네처럼 나오지 않았을 걸세
주문자는 누굽니까
주문은 원칙을 깨고 철회시켰네
세상의 바깥에 홀로 서 있다
승자의 저주 같이 이긴 쪽도 병들지
결국 둘이 함께 패배하는 거야
도데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네는 누군가
저도 모릅니다
그나 나나
가보게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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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지 않던 바인데
내 목숨 줄이 길긴 긴가 싶었다
늘어진 오후의 그림자 만큼
원칙으로 조달된 이 만남은 피와 유전자로 이루어진
그 이상의 뭔가가 나의 시간을 이어주고 있나 싶다
이젠 쓰라린 슬픔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운명이든 숙명이든
10년 사이 비그친 간이역에 산새는 늘고
대신 사람은 줄어들었다
빈집도 따라 급증했고
덮어놓고 일에 바쁜 세상은 그렇게 낡아가는 것이겠지
억새풀 칼날에 베인 노을빛이 붉다
그 절벽의 동전 던지기 그때처럼
동전을 던져본다
앞면 뿐인 동전이다 뒷면은 애초에 없었던
코드네임 소드 나는 투명 수채화다
잃을 게 없어서
나 자신으로 되돌아온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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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계곡 저편으로 가는 다리
고양이 등처럼 둥글게 말고
두 다리를 깊이 접고 웅크린 기다림이 있을 것이나
하지만 어차피 어찌 되었건 상관없을 것이다
고양이와 여자란 어떻게든 살아남은 존재이므로
그 여린 어깨가 지금도 가늘게 떨고 있다면
결국 내 어깨에 전해져올 것이다
어제와 헤어져 가는 시간
네온 불꽃비가 내리는 도시
바람과 피로만이 빈 거리를 휘젖는다
핸들을 쥔 채
이리저리 눈동자만 굴리는 여자가 있다
카르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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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가 불어나
더 붉어진 별장의 연못을 떠올리게 한다
그 붉은 원피스가 걸어나온다
훈훈한 기억이 뒤섞여 있다
코풀듯이 가볍게 풀어낸 모든 것들 위에
1년이면 풀이 푸르게 돋을 것이고
2년이면 아카시아 뿌리가 닿을 것이다
표정 관리가 뻐근한 문장은 사절이야
나라서 미안하군요
자존심과 질투심으로 버틴 얼굴 같군요
언제든 끝내도 돼
가라고 한 마디면 되니까
기껏왔더니 있으나마나 취급인가요
살아가기 싫어질만큼
그저 눈에서 흐르기에 눈물이라 부르는
그런 눈물이 흐른다
누구의 눈동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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