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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늘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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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5회 작성일 18-07-24 10:58

본문

`

 

 

                        지옥은 늘 무료다



1  

넓은 햇살 줄기가 등짝에 떨어지고

강물 위에 뜨거운 열풍이 지나간다

이혼이 이익이 많이 남는 장사가 됐다며

루비통 핸드백을 만져보는 여자들

책상에 과로사를 응원하는 뿌듯한 부러움이 오고가고

그것도 직장에서 깔끔하게 가주면

더 바랄 것도 없노라는

확고부동한 도시 전설을 소망하신다

이 얼마나 달리적인 분위기인가

남편한테 아가씨를 붙여서

모텔을 습격했다는 영웅담이 풀어진다

포도송이의 상한 부위를 뜯는 전지 가위 같이

깨진 포도알이 굴러다니는 강변 카페 테라스

보톡스 한 방 찔러보듯 미소 한줄 날린다

아랍의 왕자라도 잡으러 출장을 갔다 오셨는지

피부도 갓나온 오븐에 바케트 같았다

쩌렁쩌렁 퍼져나가는 호호호 웃음들처럼

그녀들은 혼자서도 아주 아쉬움 없이 살아갈 것이다

최저임금으로 서 있는 하루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마지막 목적지를 향하는 크루즈선처럼

순항을 계속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잠시나마

끈적거리는 날씨에 동참하고 싶어 나왔나

악어들 사이에 버려두고 싶은

하지만 악어떼에게 떠밀어버릴 정도의 정의심은 없다

사근사근 소다수에 섞이는 스카치 위스키 같이

자연스럽게들 일어선다

습격당한 전남편의 주문을 받았다 현장조사 차원에서

바람이나 쐬려 나왔을뿐

앞발을 든 서커스 사자 뚜껑차들이 흩어지고 있다

눈총으로는 모기 한 마리도 떨어뜨리지 못하는 도시

제멋대로 잘난 잡초들이 번성한다

머리에 코카콜라 가스만 들어찬

헛소리만 터뜨리는 떨거지 숭배자들

먹이로써 먹는 건 제일 흔한 이유일뿐

눈꺼풀 셔터가 내려져야 꿈을 볼 수 있다



2  

좀 더 깊어진 태양이 빛을 가져갔지만

열기는 까먹고 갔는지

밤 시간에 저 홀로 배회하는 열대야

도망치지 못한 이들의 끈적거리는 숨결은

어느때보다도 분노해 있다

천천히 밑그림을 내놓는 저녁

그녀에게는 반성의 시간을 내주기로 한다

독수리 둥지보다 놓은 곳에 사신다는데

아스팔트에 도달하는 정도의 시간이면 넉넉할 것 같다

 


 3  

가짜 세상에서나 책이 필요하겠지

어떤 상황이 두께와 깊이를 제공하는 걸까

길 모퉁이마다 쓰르륵 쓱 쓰르륵 쓱

시도때도 없이 검은 반달이 돌고 돈다

창녀가 될 수도 없는 추녀로 태어난 덕에 가는

그런 천국이라면 나는 기꺼이 거절하겠다

이쑤시개 같이 이빨 사이에 낀 기억의 소소한 기쁨으로

꺼내먹는 풍경 하나

녹쓴 쇳조각으로 흘러내리는 도시

지글지글 잘 로스팅 된 얼굴로

용케도 찾아들었나 싶은 노을

바람이 속삭이는 자작나무 이파리 사이로

화가 이모의 파란 드레스가 걸어온다

덩그라니 비어 있던 달빛의 섬들이 출렁거릴때

밤이면 아껴두었던 하얀 크레파스를 꺼내

별자리를 이어가던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구부정하게 오래된 미래의 어느 날

널 만날 수 있을까

짙고 묵직한 요한 계시록으로 위안받는 사람들

북상 중이라는 문명 청소부

전지구적인 날씨 예보가 인상적이다

 

 

4  

곰발바닥 장해물을 통과하여

새벽 강을 거슬러 오른 연어처럼

귀에 꽂은 오페라가 꿈과 뒤섞인다

아지랑이 열기 속으로 희미하게 날아오른다

톡 쏘듯이

바람은 언제나 빈 술병 속에서 불어왔다



5   

죽은 자는 물건이기에 기억을 움직일 기능이 없다


비좁은 가로수 상자각 매점

하얀 구름밭에

그들만의 마지막 여행은 아름다웠다

서로를 마주보며 눈과 입으로 웃고 있다

하늘 위에 시커먼 연기가 들뜨고

검은 띠를 동그랗게 드리운

홀로 커다란 검은 새가 회전하고 있었다

퇴각하는 물안개

이것도 도시전설 중의 한 편으로 통합될까

죽음을 주문하는 수요가 폭발적이다

자발적으로 물질로 회귀하지 못하는 이들과

꼴도 보기 싫은 얼굴을 지워달라는 저들

어째서인지 엎드린 채

강으로 떠내려갔다

작어져 가는 뒷모습

나는 바람

버드나무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꼬깃꼬깃 뭉쳐진 물티슈 같이 달을 바라본다

아름다움을 누가 판단할 것인가

어지간히 무식하지 않고서는 못할 짓,



6   

지금이 몇 세기죠

편의상 쓰는 실체가 없는 이름들

차이가 존재할때 예술이 되는 거죠

무언가가 존재하도록 고문하는 불면의 밤

휘청휘청 창문을 바라볼때면

색깔들을 씻어낸 흐뿌연 안개가 서린다

무작위 우주 달의 도시는 혼돈으로 번성한다

폭풍우가 굴리던 파란 비치볼처럼

속을 숨긴 짙은 섬 우도

성산 일출봉의 분화구 위에서 뒤늦게 겨우 이해가 싹텄다



 7  

다 닳아빠진 이빨만큼이나

있거나 빌릴 수 있는 사람들만

꾸깃꾸깃 접혀진 종이를 깨내들고

둘러앉았다

남아도는 노년이 종이컵을 움켜쥔 공원

막걸리 만큼 머리칼도 하나 같이 희다

체념 몇 개

벌러덩 풀어져 있고

슬쩍슬쩍 내밀던 자식 새끼들

자랑질도 벌써 붉은 가을이다

절망으로 무너지지 않는 건 미사여구뿐인지

저 먹고 살기 바쁜 시절이

이 시절에도 계속되는 재방송으로 이어진다

손주 손녀에게 쥐어줄 과자봉지가

이 손 저 손으로 돌아다니는 오후

세월은 세월호였다

이 재미난 탄식을 주어들고 나는 일어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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