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풍경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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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무슨 산인지도 까먹게 생겼군
언제 날 잡아 등산이나 할까
치매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나
좌우지간 눈 앞에 선 빌딩은 비석이다
비문에 새겨진 검은 문자들이 쏟아지는 점심 시간
다른 걸 보고서도
절대로 다른 말을 못하는 획일적인 장례 도우미 이미지에
프론트 데스크 유니폼들이 ID카드를 매달고 납셨다
같은 걸 보고서도
절대로 같은 말을 안 하는 나와 무엇이 어떻게 다를 것인가
같잖은 비밀유지 조항에 서명할 날도 멀지 않았다
그 애써야 할 세월이 아스팔트처럼 길게 펼쳐져 있다
나처럼 저들도 초복이라 닭날개를 찢으러 왔나보다
2
이글이글 자글자글 화약냄새가 풀어지는 아스팔트
앞발을 번쩍 든 사자 뚜껑차에 위스키나 뿌려볼까
정말이지 영화처럼 던져진 지포 라이터가
꽝 소리를 내주면서 불꽃을 피워줄까
코드네임 소드
죽음의 스나이퍼 밑그림 설계자
그쪽 업계에서는 투명 수채화라 부른다
트럼프라도 제거할 것 같은 과대망상증을 가진 아나키스트
누군가가 보고서를 그렇게 날린다면
나도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뭐 드라큘라 백작 침대에 곱상하게 담겨져서
손톱 발톱으로 긁어대는 천장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 비 그친 간이역 역장 양반은 인간적인 구석이 있어
선심 좀 써 준다면 깔끔한 화장터 굴뚝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직감으로 살아남은 세계
누군가 거미줄을 치고 있다
누군가가 나를 주문한 것은 아닐까 싶은
저 구석지 빌딩 4층 높이
블라인드 너머로 무늬 하나
v 자 꺽쇠로 꺽여져 있었다 분명
이제는 거기가 평평해져 있다는 기억을 잊은 채
계속 주시한다 그들일 것이다
살생이 싹 해결해드림니다
개들도 칼을 물고 다니는 날
무턱대고 끄덕끄덕 고개가 공감하는 문장이다
개들도 개 마스크를 물고 다니더군요
징징대는 지원군 따위는 필요 없어
차이나 실리콘 젖꼭지나 빨라 그래
그 문장도 어디선가 읽고 주워들은 것 같네요
말이 통하는 친구구먼
이제야 겨우 친구를 만났어
밤낮이고 뭐고간에 언제든지 찾아오게나
나이를 세는 것도 지겹게 보였다
손가락 발가락이 4번은 넉넉히 회전했을 것 같은 사람
옷핀으로 이름과 주소지를 매달고 다니셔도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어쩌면 무더위 쉼터에서도 한가닥 하실 나이다
아스팔트 주황빛 벤치도 더 이상
페인트 붓을 달가워하지 않을만큼 검버섯이 폈다
4
소탈하게 늙은 눈동자가
고통에 찬 끽끽 소리를 연다
넓고 튼튼한 철문으로 흘러간다
정신없이 아파서
아픈줄도 몰랐다니까 글쎄
스마트폰 통화가 졸졸 따른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작은 불빛들이
좁은 길로 이어졌다
말쑥하게 정돈된 거대한 집이
고립을 옹호해 주나 싶다
손가락 사이 쿠바 시가가 피어오르면
어슬렁 어슬렁 뒷뜰로 돌아가
확고부동한 시 한 편을 위해
밤하늘을 뒤적거릴 것이다
길든 짧든
한눈 팔 시간을 허용하지 않을
탐미적인 늬앙스에
꽤 까다로운 눈썰미가 매서웠으니까
5
1,000조각 고흐의 해바라기
직소퍼즐 중력이 잡아당기는 집으로
착륙을 시도하지만
언제나처럼 유도등이 꺼져 있는 창문의 쓸쓸함으로
이렇게 시가 쓰여지고 있다
잘났어 정말로 치켜뜬
윙크하는 눈동자
보름달에 가까이 다가가는 달 같다
할인마트 스케너 시선으로 읽어들인
하루치 길바닥 이미지를 펼쳐보고 싶지 않았다
할릴없이 빈 집을 비껴간다
6
왜 메가박스 뒷편에는 모텔 골목길이 들어섰을까
자기는 있는데 아기가 없어서
아기자기가 완성되지 않는 군하는 팝콘냄새가 진동한다
무슨 로맨틱 영화인지 고갤 들어 본다
남자는 참 문학적이다 싶은 문장을 쏘았다
고추 달린 놈답게 한 방
쑤시고 싶다고 확끈하게 말하지 그래 여자가 그렇게
그랬다면 전무후무한 뭔가가 되긴 되었을 것 같다며
이런저런 말되는 상상을 하면 걷는다
마모씨의 즐거운 사하라 같이 말이다
사랑 사랑 사라 사라 사하라 사하라 마타 하리
7
욕망을 요구하는 것이 광고겠지
욕망을 요리하는 카피라이터는
1급에 속하는 엘리트 이미지 시인일 것이다
불필요도 필요로 둔갑시키는 기문둔갑술 테크닉은
배워둘만도 하다
마을버스 옆구리가 매달고 달리는
올 여름은 투명이죠
메이크업 따라 패션도 그런지
그 영화관 곁에 여자들도 투명 수채화였다
재봉틀 길을 확끈하게 선보이던 울긋불긋한 팬티선들
8
벽 스위치를 더듬거리는 현관
습관이 알지
기억은 닿지 않는다
손가락이 기억하지
뇌가 기억하지 않는 키보드 문자판 좌표처럼
테킬라 한 병 비튼다
석양과 날아가는 회전초가 하얀 뜬구름으로 흐르던 건맨
(Gunman)그 파티션 카페 쪽으로 기억이 기운다
그 여자의 손등을 싹싹 핥던
꽉 맞물린 소금가루
색채의 마술사 르누아르를 골고루 분배하며
시시껄렁한 스토리로 시간을 뭉개던 시절
무슨 캘러리 큐레이터를 하다가 지긋지긋해서 때려치웠다던
왠지 모를 슬픔과 죄책감 같은 걸
함께 나누곤 했었다
어디서 활성화 된 것인지
다시 20년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그 카페 골목
기억의 풍경은 늘 그렇게 술 잔을 멈춰 세운다
지친 하루를 넉넉히 안아주는 건
먼 이국 땅에서 날아온 고리버들 의자 뿐
소설책을 읽을 때마다
끝으로 다가가는 페이지에 겁먹던 시절
그 임계점을 계속 외면하며
눕던 새벽이 그리워진다
9
거시기 충전기 어디 갔냐
오줌 탱크 비우러 갔다
머저리 컵라면이 하일라이트였다
그 친구 녀석
평균 이혼율을 넉넉히 넘긴 녀석
요즘 전화질이 뜸한 걸 보니
그나마 하나 있는 아들 놈이 또 사고쳤나보다
아 납골당 아파트 입주권이라도 구입해 놨는지도 모를 일
히말라야 동굴 패키지 여행을 갔을까
한 번 쓱으로
휘리릭 넘겨지는 베스트 셀러 같이 넘어가는 이미지들
무슨 스릴러 영화의 사이코 같이
자기 연민을 버린 그래서
달걀이 다쳤다고
이 무슨 헛소리 문맥에서 어찌 사랑할만한 걸 찾을 수 있으랴
이 밤
Z자로 목덜미를 접어 날아가는 왜가리 같이
무슨 여자가 인사불성으로
가드레인을 통과해서 계곡까지 치달렸는지
식물인간은 또 뭐였는지
그 튜브 숲에 그 남자는
빈부의 격한 적대감으로 거절한 모나리자 구경은 누구랑 가야 하나
머저리 컵라면도 유통기한에 목졸려 있진 않을까
벌벌 떠는 20년 짜리 라면을 까고 물을 붓고 싶어진다
북쪽만을 고집하기에 나침판으로써 가치를 지니는 것처럼
거 왜 있잖아
너만을 고집하는 집요한 이 기억은
무슨 가치를 지니는 거니
10
한 계절이 밀어낸 꽃이
다른 계절에 열매를 맺어 돌아와 있다
멈찟거리며 둘러보는 늙은 감나무
땡감으로 솎아진 어린 감꼭지만 매단 가지는 쓸쓸하다
갓난 아기가 꼬옥 쥔 주먹 같이
구름이 달을 쥐고 있다
툭툭 차이는 땡감처럼 구르는 새벽
지옥은 딱 나 같은 녀석들을 위해
기필코 필히 있어야만 하는 장소일 것이다
그렁그렁 반짝이는 아침이 됐다
백설공주 난장이들을 보면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너무 가깝군
묘사해볼한 그런 풍경를 재활용하러
길바닥을 두리번거릴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그 다음은 당신의 시적인 상상력에 달렸다
댓글목록
자넘이님의 댓글
박강성의 '문 밖에 있는 그대'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미사리는 왠지 무너진 폐허같아서 잠시 딴 생각이 들기도...
시에 시 이야기가 겨울 박물관을 떠올립니다.
꿈길따라님의 댓글
밤새 술이 술을 마시듯
밤새 더위와 싸우느라고
머릿속 미로 길로 들어서
아침이 되어 나오 셨는지
미로 속 잘 나오 셨습니다
야참도 안드시고 일직선상
달렸으리라 출출할 것 같아
얼큰한 해장국 팩스 보내요
열대아라도 새벽!! 추울테니
쭉 드십시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