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프로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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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끼 고양이
뽀송뽀송한 분홍빛 발톱이 눈부실때
기억에 갇힌 새 한 마리
어둠 속에 내려앉는다
2
쭉쭉 늘어진 풀잎의 기억처럼
삼복 더위에 뻐근한 닭날개가 찢겨지고
스치로폼 텃밭에 상추는 나날이 쓴맛을 키웠다
자본이 제공하는 높이에서
좌우 시각이 제각각인 안경알이
내려다본 저녁 달도 이중으로 보였다
어찌보면 달걀이었다
모두가 받는다는 HCCP인증 문자로
훑어보듯 바라본다
뭐든 교체 가능한 표준화된 사물들
나의 삶을 누가 인증해 줄 것인가
부활의 회색빛 문자들이 자박자박 걸어오면
여기 잘린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 연꽃을 피운다
패킷으로 당겨져 너에게 날아갈 것이다
3
이 여자는 어떤 계절을 지나왔는지
손짓을 칼처럼 휘둘러댔다
붙박이 개인 웨이터가 납작하게 눌러 찌그러졌고
준비된 배낭처럼 도시의 미세한 풍화작용으로
깎여나간 감정들이 노을을 이루는 전망 좋은 자리
구석지에 말려 올라간 키스를 쓰다듬고 윙크한다
나는 현실 속에 흐르고 너는 꿈 속으로 흘러간다
콩딱콩딱 콩만해진 심장아
나도 예전에는 아이였나니 머릿속으로 기도하고
거 왜 있잖아
신혼여행으로 우리 함께 모나리자 구경이나 갈까
공식적인 격식도 이렇게 문학적으로 발전했다니
오늘내일을 지나치게 풍기는 사람처럼
잠시 흔들거렸고 곧이어 도시 하나가
불꽃과 가스로 변하는 것이었다
4
안경 다리를 깨물며 와인잔 너머로
잘게 쪼개지는 스테이크를 바라봤다
나이트 클럽 찌라시라도 뿌리듯이
손가락 관절을 꺾으며 침묵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존재감이 까먹고 간 메아리가 목덜미에 송곳니를 끼운
스카이라운지에 줄타는 달덩이 같았고
기억은 뒷 페이지에 서성이던 망각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면야 우리나라 만세지 같은 문장이 울긋불긋 했다
돈 갚으라던 등기우편 같이 부자만 소중한 이 시대
이 가능성의 도시를 힐끗 쳐다봤다
와인잔에 흐르는 와인의 붉은 눈물은
회전 속도가 잡아주는 훌라후프처럼 수평을 이루었다
출생과 납골당 아파트 입주 이외에는
획득할께 없는 이 세계의 습관은 무서운 것
막내 오빠의 서바이벌 나이프가 특수부대 출신이라던
기억도 떠오르고
얼굴이 환해지는 카메라 앞에 치즈 미소가 기다렸다
쭉 미끌어져도 내 심장에 닿지 않을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가난이 승자로 나설 기회가 왔구나 싶은
배터리 신음소리까지 보태졌다
에놀라 게이가 짐을 부린 뒤
민간인 살해 기록을 갱신했다는 역사도 떠올랐다
뻘겋게 달아오른 고압 가스를 내뿜으며
너한테 싸대기 몇 대 대출해주고 싶군
물론 무담보로
지중해 태양을 쏟아부은 와인잔 너머로
머저리 머신 뛰박질 걸음이 핑 날아갔다
5
도어체어 길이만큼 열어둔
기억이란 얼마나 믿지 못할 물건인가
커튼 레일 덮개만큼 짧은 스커트가 스커트 미사일 같았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건
그와 중에도 구찌 핸드백은 잘도 챙겨갔더란 말이지
평생을 듣도 보도 못할
남은 와인이나 쭉쭉거리며
미루어지고 미루어져서 결국에는 미워지기까지 한 그것
그건 자유의 맛이었다
6
그날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
신용 카드 그림자는 매서웠다
밤이면 편의점 컵라면이나 까면서
와인을 원망해야 하나 이 주둥이를 원망해야 하나 하면서
찢어지는 나무 젖가락은 꼭 삑사리로 응답했다
그 동안 편의점 알바는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이런 알바도 힘들긴 힘든가 보다 생각했고
친구들은 머저리 컵라면이라 불러댔다
거 왜 있잖아
거기 세상에서는 잘 해봐라
7
작품인지 문자 얼룩인지
기억의 그림자를 소파 걸이에 눕히고
안경알이 더 두꺼워지기 전에 뭘 읽어야 하나를 고민한다
남아도는 남들 같은 시대
남 같지 않은 사람이
시의 뼈대를 제공할 것이다
붉은 종이끈에 삽입된 철사줄로 묶여나온
허어연 대파의 매끈한 허리띠처럼
독자님
어느 부위를 택배로 보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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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날이 더우니
부채살로 부탁합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더운 날씨에 부채살이 최고죠!! 서피랑님 처럼 저도부탁 합니다. 올려주신 시상에서 눈이 호강하고 갑니다
꿈길따라님의 댓글
시원한 차가운 물
마시고 싶은 날에
누군가 냉수 먹고
속차려 원고 내라
나에게
조곤조곤한
말씨로 권고해요
열대아 언제까지
불 건가 이건 화덕
왜 이리 덥운 건지
왜 빨리 주문한 것
안 오죠
냉수 마시고
속 차려야 힘 얻는데
후!
와이리
더운겨!(*)
꿈길따라님의 댓글
지리산 생수 올까
한라산 생수 올까
와 이리 더운 건지
열대아 언제 건가
칠월광
작렬한 태양
모자라 몰고 왔나
택배 좀 빨리빨리
LA 로 보내주셔요
속 차릴 계획이니
아 빨리 타요 타요
끝없는
이 갈증 속에
까맣네 타든 심연
똥맹꽁이님의 댓글
난 소드님이 좋아요
시의 씨앗을 머리에 심어 주셔요
공덕수님의 댓글
ㅋㅋㅋ 끝내주네요. 술 깨어서 읽으니까 잠이 확 깨네요.
씨잘데기 없는 시시비비에 휘말리지 말고
시만 쭉쭉 썼으면 좋겠어요. 시간 낭비 열정 낭비 말고
몰아몰아서, 신문이나 어디나 투자 하세요.
아! 투고인가? 투자나 투고나 뭐든 하시고
당선이나 당첨이나 뭐든 되세요.
괜히 엄마 아빠들이랑 입씨름 마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