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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와 물안개가 점령한 강뚝
그거야 한번만 무너지겠지만
강물은 셀 수 없이 무너진다
어두어지는 세상과 화해하기 위해
혼자서 빚어냈을 그의 고독
엎치락뒤치락하는 구름과
조약돌 하나, 더 나은 세상 속으로 던져준다
알코올은 굳은 혀를 풀어주는 특효약
꾸역꾸역 구겨넣고 돌아섰다 나는
하지만 그는
세상 끝으로 가는
마지막 남은 비상식량을 뜯었다
2
둥그스름한 언덕에 툭 일어서는 달
그건 봐주는 척하는 슬픔일 뿐
한바탕 흐릿해진 시선에
몸부림이 지나가면서
세상이 그 속으로 파고든다
사이렌을 울리는 흙과
숨을 끊어놓는 일격이 분출하고
엉겨붙은 핏물이
하늘 멀리 풀잎을 움켜쥔다
3
세상 속에 계절은 오고 간다
꽃들은 제 시간을 잃지 않았고
민들레 홀씨는
어김없이 하늘을 난다
흥건한 어깨 너머로
달은 누굴 위해 창백히 빛나는가
그의 애인으로부터 시작노트를 넘겨 받았다
나에게 참 친절했군요
4
세상의 바코드와 가격표가
나와 상관없이 들어앉아
한 줄기 검붉은 노을로 채워진다
버려진 땅과 쓰러져 가는
공장 굴뚝에게서 어쩔 수 없었다는
고백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용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턱이 가슴까지 떨어지는 날
나도 무너짐에 대해 잘 안다
5
붉은 고추장통에 상추들이
소리없이 널찍한 이파리를 펼치고
층층이 키를 키워 초고층을 닮아간다
문가에 모여든 햇살을 마시며
하얀 입을 벌리는 씨받이 꽃
내년 맛을 준비하는듯
어떤 기다림에 닿는 느낌까지
내주고 있다 변두리 골목길
바람은 깡통 그늘 속에 구른다
6
길게 줄을 섰다
문을 통과할 때마다 매번
줄은 짧아졌다
혼자 남아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꿈꾸었고
뭔가 내놓기를 바라는 듯
휘청휘청 창문 앞에 섰다
도시를 씻어내리는
희뿌연 새벽 안개가 서려 있다
눈 뜨고 있지만
초점을 잡지 못하는
거미줄 같은 미세한 떨림이 오갔다
7
일없는 발길을 막아주는 가난과
바깥에서 배회하지 않아도 되는
지붕을 가진 밤, 기진맥진 끼니를
한끼로 몰아치는 허기진 하루가
두개골을 한 바퀴 회전하는 동안
잠시 조약돌 같은 삶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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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스펙트럼님의 댓글
시인님의 글을 읽다가 문득 우리 삶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각자 다르겠지만요!,
그리고, 제 댓글에 뭔 내용이 있는 글좀 달고 가면 안되것슈?
소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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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면서 이 시제의 그램에 대해서-------모르는 척 쌩까는 건 , 숙녀들의 미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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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는 몸무게 입니다
다이어트로 줄이는 금욕이죠-------다이 하트-----죽은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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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글을 감상하러 오시는 분들에게 말씀 올림니다
저도 저 자신의 글을 잘 읽지 않습니다
하물며 클릭해서 읽는 분들은 도데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너무도 너구리 같이 궁금해지는 군요들
저는 그냥 시원시원한 파란 것도 싫고
울긋불긋 붉은 것도 싫으니
처음 올리는 글 색깔처럼
까맣게 한 두달 그렇게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볼게 전혀 없다니까요
꼭 돋보기 초점에 불타는 개미 심정이 되니까요----관심보다는 무관심이 더 자유로운 공간이니
관심들 끊으세요
한 10분이나 20분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요
볼펜 노트에 써 놓은 시를
키보드로 옮겨서 보는 기분을 서로 다름니다------누군가 읽는다는---나 아닌 타인을 염두해 두고 쓰기 때문에
그 옛날 구시대 장인들의 글쓰기와는 다르죠
그냥들 관심 꺼 주세요----
남의 시를 읽는다는 건, 간접 흡연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읽기 싫은 블렉리스트를 작성해서----골라서
안 읽는 거죠---저는 그러고 있는데 권해드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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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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