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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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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형식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373회 작성일 18-07-02 01:45

본문

연필깎이


나의 늙은 개가

코를 박고 존다


연필이 사라진 뒤로, 개는

목소리를 잃었다

이름도 알아듣질 못한다

기다란 개껌을 입에 물려주어도

끈덕지게 씹어낼 힘이 없다


돌리다 꼬리는 

옷걸이에 걸린 옷가지들처럼

의욕이 없고

은빛 살갗 위로 군데군데 피어난

검은 반점들,

호명되지 못한 시간들이

서서히 풍화되고 있었다


더이상 방엔 없다


연필을 깎는 소리가,

방문을 긁는 발톱 소리가


형광등 불빛이 연필깎이의 꼬리를 쓰다듬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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