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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몰고 다니는 사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가득찬공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56회 작성일 18-06-22 19:05

본문

<비를 몰고 다니는 남자>

 

 

  비를 맞는 청년을 보았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하늘, 아득히 높은 먹구름을

  그 너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추락을 삼킨 정장은 아스팔트처럼

  무거워진고 가라앉고 차가워지고 굳어서

  결국 청년은 아스팔트가 되겠지

  수많은 종류의 발걸음이 지나가는

  아주 낮은 땅이 되었다고

  자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 시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다

  언젠가 한 편의 시에 귀를 기울이며

  유리창을 밟고 뛰어가는 신발들을 떠올렸다

  이제 목적지의 행방은 찾을 수 없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신발들은 투명한 광야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일부를, 즉 자기 자신을 남기며

  길을 만들었다

 

  나밖에 없는 방에서 그 소리는

  벽지가 되었고 가구가 되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는

  다시 내가 되었다

 

  청년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수십 번 씩

  간절하게 자신을 찾았을 것이다

  오직 눈으로 닿을 수밖에 없는

  먹구름에 가려진 창대한 하늘은, 진즉에

  외면했으리라

  움푹 파인 아스팔트에서

  미비한 빗방울에 퇴적된 자신을

  만났으리라

 

  그리고 청년은

  움직인다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땅에 고인 추락이 산산이 부서진다

  오늘도 그날처럼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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