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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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신문지를 말아쥐고
쬐그만 창문을 올려다보면서 열고
말라빠진 허벅지나 때려대는
옛날 옛적에,를 꺼내놓을 나이는 아니지만
햇살도 머물기를 꺼려하던 어둑한 시절
접혀진 한 뭉치 하늘 구멍 속에는
티격태격 기를 쓰고 오르는 마을버스와
반지하 단칸방에 어느 시인이 있다
멀리 타워 크레인이 노려보고 있다고
매일 아파트 그림자가 꿈 속에 기어오른다고
왼발 오른발처럼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현재를 옮긴다 굽네 치킨이 지나간다
흘리고 간 냄새가 빛나는 변두리를 지녔다거나
붉게 물든 후미등이 사파이어 같다고
갓 태어난 김밥 줄 은박지를 벗기며
어딜 걸어가 봐도 그늘 뿐인 길을 씹는다
암에 걸려 넘어지지만 않는다면 하면서
하루치 넋두리를 모아놓고 꼬부작거리다가
어둠이 옆방 아가씨를 깨무는 동안
잠시 자리를 비껴서서 니코틴을 꼬나문다
개들이나 알아채고 짖을 뿐
참 달빛도 더럽게 사납군 침뱉고, 혹시나
꽁치 깡통에 심었던 복숭아 화분을 살핀다
필리핀일까 말레이지아 아님 방글라데시인지
놓인 대문이 동서로 뚫려 있어
아가씨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지금껏
어느 날 애인으로 기억되는 깔깔한 그 목소리
뭔지 모를 음흉한 흥정이 오갔는지
낯 모르는 남자의 헛기침이 방문을 열었다 부엌쪽
빤히 바닥까지 싹싹 긁어대는 소리와
서로 등을 맞대고 누워, 제 딴에는
성공을 겸손으로 포장하고 싶었을 애인을 생각했다
어디로도 흘러가지 못한 마음도
이런 날은 술맛이 달까 하여
기요틴 칼날처럼 위태위태 걸린
셔터문을 떠올렸다 ?까구 있네 이모는 잘 있는지
밑 씻는 아가씨가 물벽을 타고 올랐다
그 해 복숭아꽃은 피지 않았다 다음해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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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 인수님의 댓글
맛깔스럽게 수놓은 문장을 읽습니다
힘있는 필력과 함께 반짝이는 시어들에 눈망울 빠뜨리고 있습니다
좋은시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