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시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
빗줄기는 파스타 가락이다
곧 도착할 것이다 그 기차역,
마음의 소유가 손에 잡힐 때 그걸 현실이라 한다
알람 꼭지를 꾹 눌러 잠재우듯
잭슨 폴록의 양동이 물감이 우연 속에 뿌려질 때
그 우연의 질서를 읽어내리는 순간이 있곤 한다
검은 비닐 봉지 끈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올 때나
네모반듯한 아침이 마름모꼴로 비틀어질 때
찰랑찰랑 갯바위를 노크하는 파도에게 누구요, 하고
대답하거나 물질과 반물질, 빅뱅과 우주의 팽창이 저질러 놓은
140억 분의 1주일 밤낮이
거미줄 바람 같이 멈춰서 있던 날들을 떠올리게 한다
꽃병의 물이 썩어나가도록 열기를 뿜어대기 시작하는 6월
빌딩 지평선에는 미련이 남은 연인처럼 태양이 서성일때
솜사탕 속에 금메달인가 하며 고갤 숙였다
매일 밤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혼자서 밥을 먹거나
욕실 배수구에 남겨진 기다란 머리칼을 주어 올릴때면
0%보다 낮은 가능성이란 어떤 가능성일까 하고 묻곤 한다
지구가 더 따뜻해지면 공룡이 돌아올까요
생필품도 아니면서 마음에 드는 건 꼭 일방 통행이더라구요 비싸요
비싸, 철길 건너편 지붕들 사이로 수평선이 모스 부호처럼 그어져 있다
밤은 수평선 구름으로부터 올라온다
알코올의 미덕은 썩지 않는 것이지요
나비의 날개짓이 방랑을 멈추지 못하듯이
입술은 속삭이는 목소리를 가졌지만 귀는 멈춤을 모른다
소녀가 잠들면, 여자는 나가요 하며
나의 벽을 두드렸다
모든 소리는 예정된 방향으로 이끌리는 중력을 비스듬이 비틀듯이
직사각형의 파란 수조 트럭이 보이기도 전에
비릿한 브레이크 소리를 먼저 내놓던 커브 길
느티나무 아래 다섯 살, 소녀의 수레 국화 원피스를 흔들고
반짝이는 까만 머리에 노오란 리본은 수평선과 평행을 이루었다
가장 빛나는 곳에 가장 짙은 그늘이 남는다
누구나 동화 속에 가족과 살 수는 없다
우리는 그저 허물어질듯 낡아가는 서로의 입술 거품을 햟으며
누군가가 필요했던 거야 가벼운 교통 사고처럼
기찻길 옆 원뿔 가로등을 부옇게 흐려놓았다
여인숙 여주인은 빨래 집게에 갸우뚱 물린 달을 보곤 했다
늘 할 일 없었던 나는 사이드 미러처럼 귀를 쩍 벌렸고
안 된다구요? 아직은 안된다고 말해 주세요
어둠 속에 누운 작은 반달이 나의 창가에 서성였다
몸이 말라가면 잠자리 시간은 길어지는 법이다
죽긴 죽지만 다시 부활하는 충전 밧데리
스마트 폰을 찔러대거나
여전히 이름도 모르는 여인숙 그 여자의 옆방
일주일, 소녀는
하루에 몇 번이고 냉장고에 노오란 리본을 밀어넣고 기웃거렸다
빨랫줄에 나즈막이 태양이 걸리면
그림자는 살금살금 기어나와 긴 밤을 향해 나아가면서
바닷 바람이 너덜너덜 부풀려 놓은 벽지를 도배하듯
가느다란 햇살이 벽을 기어오르곤 했다
갈매기들이 둥그런 원을 그리던 그 집
창가에는 버려진 욕조에 나팔꽃이 자라고
여주인은 혼잣말을 했다 제대로 지랄이군
사람이 네 발로 걸어다녔다면 나이가 들어도 넘어질 걱정은 없을 것이다
바닥에 떨어졌던 인간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저 바다
그 검은 비닐 봉지는
말썽 피우지 말고 냠냠 거리며 얌전이 있으라는
소녀에게 주는 뇌물이였나 싶다
소녀는 밤에만 잠깐 엄마 무릎에 기어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소녀는 항상 묶인 리본과 함께 잠들었을 것이다
커브 길 느티나무에 보름달이 걸려 있다
모퉁이 불은 꺼져 있다 이 시간에
숨소리만 들어도 어둠 속에서 대답을 기다린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엄마 말 안듣는 천사가 구름을 툭 건드려
널 떨어트린 거야 네 노오란 리본이 너~무 샘났거든
뭔가를 감추려드는 저 완벽한 질서
어둡다는 것은 별이 보인다는 것, 그 날밤
나가요, 벽은 금새 흔들렸다
여주인은 아직도 빨랫줄 집게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모퉁이 방에 살던 여자와 소녀는 어디 갔습니까
그 창녀년 말이요,,,,,,,그게 언제쩍 일인데 그러시요
가볍게 들어올리는 모자챙 인사로, 아니요 하며 툭 털었다
시를 생각할때면 늘
그날 밤 그 구름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댓글목록
공덕수님의 댓글
ㅎㅎㅎ 시마을이 번쩍 뛰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