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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방주-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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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류니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8회 작성일 18-05-20 20:54

본문

나의 방주-고도를 기다리며

류니나



기르고 싶은 동물이 많았다 내가
기르기 힘든 동물이란 걸 모르던 때엔

누가 나에게 먹이를 주는가, 항상 굶주린 나.
목에서 파생한 감각들이 나를 견디게 하는데
나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피 묻은 풀로 자라난 나.
생존이 목적인 동물이란 초식 동물일 터인데
선택할 수 있는 게 있긴 할까, 내가 어떤 짐승인지
모르는 이 시점에서. 삶을 유기하지 않기 위해서
특성과 조건을 견주어 보아야할 텐데
왜 학습과 경험은 깨달음을 낳지 못한 채
나는 언제나 줄곧 낯선 짐승의 무리인가

목에 손잡이를 걸고 손에 목걸이를 찬 친구는
기르는 순간부터 종을 떠나 소중한 존재라며 
야생의 피를 숨기는 럭키같은 표정으로 웃는데
끝끝내 야생으로 남는 짐승은 어쩔 셈이야?
그 자체로 이미 소중한 건 어쩔 셈이야?
하고 한없이 삐딱해져서 으르렁대고 싶지만
감정을 번역해준다는 기계를 빤히 들여다보곤
기뻐한다며 기뻐하는데 거울처럼 기뻐해주는 난
애완의 피를 숨기는 포조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모든 조건을 갖추고 다음엔 태어나겠다던 친구의 말은
모든 조건을 갖추고 태어난 자의 강아지로 태어나고 싶다던 
친구의 친구의 말과 같게 들렸고 
다음 생은 필요없다는 내게 친구는 
의외로 삶을 사랑하지 않구나? 하고 말했다
고고한 디디, 너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만 옳을지도 몰라
내, 삶을 사랑하지 않은 적 없지마는
내 삶을 나보다 사랑한 적도 없으니까

그렇다면 다시 소년 소녀야

누가 나에게 불행을 주는가, 항상 굶주린 나.
목에서 파생한 감각들이 나를 못 견디게 하는데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피 묻은 풀로 자라난 나.
타인의 손을 빌려 피를 너무 많이 묻혀버렸는데
선택할 수 있는 게 있긴 할까, 내가 어떤 짐승인지
모르는 이 시점에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불행과 행복을 견주어 보아야할 텐데
왜 학습과 경험은 깨달음을 낳지 못한 채
나는 언제나 줄곧 낯선 짐승의 무리일까

생각을 모자로 누르고 나의 노를 닦는다
길을 닦으며 노래하고픈 나의 구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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