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세상을 깁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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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눈은 눈물을 궤는 바늘귀가 되었어요
요즘은 슬픔이 늙어 좀처럼 눈물을 궤지 못하더니
손주라도 놀러 왔는지 제법 굵고 긴 눈물을 궤었네요
눈물로 수 놓은 손수건을 선물하면 애인이 떠난다는 말이 있어요
눈물로 봉합할 수 있는 상처는 자잘한 것이라고
주름에서 투명한 비단실을 풀어주려고 시간이
누에 고치처럼 뜨거워지기도 했어요.
냉골에서 재배한 입김을 햇솜으로 넣고 눈물로 누빈 수의를 입고
죄가 봄눈처럼 녹은 아들이 두부처럼 반듯해졌다는 말도 들었어요
낙타가 눈물도 겨우 들어가는 바늘 귀를 지나 당도한 천국이
사금파리만 깔린 사막이였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오래 된 눈물을 거꾸로 도는 시계 바늘 끝으로 풀면
툭툭 터지는 눈물의 실밥을 한숨으로 부는 밤도 있었어요
눈물로 박음질한 아픔의 솔기들은 금새 짓무르는 살 같고
눈물로 세발뜨기한 미련의 끝단은 어찌나 쉽게 풀리는지
단단한 실패에 칭칭 감긴 눈물 훨훨 다 풀어 쓰도
한 뼘은 남겨 놓아야 한다는 말도 들었어요
바늘귀처럼 완고한 기다림이 눈을 감기 전에
한 땀 한 땀 이어오던 문장에
말줄임표를 수놓아야 한다고
꽃씨를 남기고 사라지는 꽃들이 말했어요
오늘도 눈에 눈물을 궤었으니
터진 자리에 몸을 파묻는 바늘이 되어야겠어요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어떻게 운만 떼면
이리 찰진 서술이, 술술 막힘없이
쏟아지는 것인지,
늘 봐도.. 부럽습니다.
늘 엄살이 심하시지만.
서술을 끌어가는 힘은 아무리 봐도
삼십대 초반입니다.
우리 모두 일상에 흔들리며 살지만,
글 만큼은 마음이 가고픈 곳으로 훨훨 날려보세요ㅡ
공덕수님의 댓글
ㅎㅎ 제가 어릴 때 한번 울기 시작하면 종일을 삼복 매미처럼 울었대요.
그나저나 피랑피랑 서피랑님.
저한테도 이런 날이 오네요.
ㅋㅋ 자랑하면 약발 떨어질까봐 일단 비밀 임돠.
ㅋㅋㅋ 잘 되면, 동피랑 서피랑 님께도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