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가 가부좌를 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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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기와 사자들의 안색에 몽롱해진 부처님들
봄볕 속으로 삼삼오오 소풍을 나오셨습니다.
복수초를 태우고 흰 코끼리 같던 겨울이
서쪽으로 간 까닭 따윈 피차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지랑이를 흠향하며 가장 반짝이는 사리 몇 알을
미리 꺼내어 공깃돌 놀이라도 하시는지
흙바닥에 가부좌 튼 금동의 머리가 들썩들썩 합니다.
눈치 없는 나비들이 날개를 모아 합장을 하고
유일신을 믿는 벌들도 밀랍에 새겨진 말씀과 꼭 닮은
피조물의 진리를 입에 담으며 붕붕붕 통성 기도를 합니다.
오랫만에 보리수 아래로 모여든 불정들을 밟으며
큰 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신발 밑창 무늬를
갈비뼈처럼 드러내며 깊은 고행에 드시기도 합니다.
희락 뿐이던 한 생애처럼 봄은 눈 깜짝할 사이를 건너고
한 발도 딪을 수 없는 바닥에만 볕 드는 전각으로 돌아가려고
터벅해진 흰 머리를 미는 시간, 가닥 가닥 나툰 불심을
볕 좋고 물 좋은 산천으로 훨훨 빼돌리고 텅빈 대궁만
대웅전으로, 극락전과 무량수전, 약사전으로 돌려 보냅니다.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봄볕은 부처님도 가만두지 않지요,
공깃돌 놀이라도 해야지, 어떻게 버티겠습니까,
벌들이 통성기도를 하는 장면에서 봄의 절정을 느낄 수 있네요 ㅎ
비유들이 유쾌합니다,
불심을 빼돌린 죄는 누가 묻습니까 ^^
공덕수님의 댓글
오랫만입니다.
오십 한번째, 아니 가을에 태어났으니 오십번째의 봄이 너덜너덜 합니다.
머리카락 보다 가느다란 봄바람 한 줄기가 존재를 온통 전율에 빠뜨리던
민감기가 그립습니다. 풍요롭던가 황폐 하던가 그냥 그 때 그 때를
쓰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건강한 봄 되십시요.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아, 그러고보니 갑장이시네요 ~
네...저도 즐기듯 시를 쓰려구요,
열심히 하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 못 이기잖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