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종들의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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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종들의 신전/ 공덕수
몸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은 천사는
벌써 오백년 째 낡은 액자 속을 날고 있군요.
사람과 생선의 혼혈, 인어 공주는 여전히
물거품으로 장식한 왕자의 접시에
팔딱거리는 하체를 저며 올리고 있는지,
아무도 돈을 걸지 않는 경마장에서
틀니를 편자로 끼운 켄타로우스는
화근내 나는 입 안을 트랙처럼 달리고 있나요?
빛의 종자이면서 어둠의 호적에 올라 있는
별들은 왜 낮이 오면 모두 숨어 버리나요?
꽃의 꿀과 뱀의 독을 칵테일 하며
138억년 째 세이커를 흔들고 있는 바텐더는
언제나 오메가의 잔을 채을까요?
지하 서재에 틀어박힌 감자와
지상의 발코니를 모두 차지한 토마토는
그렇게 각방을 쓰면서 왜 이혼하지 않나요?
모두 풀어버린 수수께끼를 우려 먹으며
코가 납작해진 스핑크스는 아직도
엄마랑 결혼할 호래자식을 기다리고 있는지,
열을 받으면 소머리 국밥이 끓는 머리와
사람의 심장을 가진 미노타우로스는
요즘도 파고다 공원에서 머리를 식히는지,
몸은 밤, 머리는 아침인 새벽의 사타구니에
어제가 사정한 별과 내일의 별이 함께 헤엄치다
끝내 살아남는 별 하나가 공중에 착상하는
푸른 수정란! 오늘은 무사한가요?
확실하게 양다리를 걸쳐야 서고 걷는 사람들이
반신반인, 반인반수, 반신반의 피를 섞고
반은 살아가고 반은 죽어가는 잡종들의 난장에서
순종과 멸종을 교배하며
아직도 그대는 뜨거운 이슬만 마시나요?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사람과 생선의 혼혈/ 같은 표현은
없어도 좋을 듯,
유쾌한 언어의 향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