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 A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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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낙 Anak
미로는 잠겨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이내 돌아와 물건을 확인하는 것처럼 한참 지난 후 닫히고, 네 개의 연속된 다락을 떠도는 것이다. 공중에 떠있는 수면은 사행의 미로와 평행한 네 가닥이 기억에 있다. 모퉁이를 사라진 얼굴들이라 부르던 옛 사람들이 국화꽃잎처럼 바람에 부서져 흩날리는 거리의 얼굴은 팽팽하다, 낚싯대가 들어 올린 바다만큼 다락도 젖을 것이다, 그 낮과 밤은 뭍으로 오르지 않고 물안개처럼 떠돌 것이므로, 모퉁이로부터 미로까지 감촉마저 느껴지는 `아낙(Anak)`을 듣다 지나며 가끔, 아주 조그만 시선으로 걸어두었다. 다락에서 번지는 무취무색의 소음은 묽게 그을린 흔적이다. 물보라가 석양을 깨뜨린 이빨들이 하나 둘 별빛 속을 헤이고 조각조각 소란들에 싸이는 외눈들이 남는다. 불면이 유행처럼 번진 기행 속에서 나무가 자랐다. 꿈속에서 아름드리 숲을 보았는지 그 기억만은 없지만 뒷산 나무들이 성난 바람에 부대끼며 우는 소리를 닮았을 거라 생각한다. 바닥일 때보다 공중에 내몰린 때 경사각을 가지는 것처럼 미끄러지기도 쉬운 편이다. 꽃잎처럼 우아하게 미끄러지는 연습이 미로를 상자 안에 가둔다. 나는 물건들을 확인하고 `아낙`이나 들으며 공중에 떠있는 듯 다락을 헤맨다. 담뱃불처럼 비벼 꺼진 얼굴들은 하나같이 검었던 기억이 거기, 있다.
2018.03.01.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체공으로 가는 환희가 이끄는 망과 상의 혈흔이 이끌어 높음으로 가려는 고상할 때 상,
순간의 열림에서 놓쳐지는 공포의 너울 자락, 열락의 혼을 부르건만
가야하는 지난함은 길기도 합니다
땅 속 깊은 곳 열감의 부름이 망각의 환성에 있건만 애써 놓습니다
갑니다 갑니다 영적 세계의 부름에 이끌려 죽음 마저 인식이 꺼진 채
형상의 도래가 다가옴을 인지하면 더 촉발된 그리움이 되리라 봅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불면....속에서 나무가 자랐다/
담뱃불처럼 비벼 꺼진 얼굴/
언어를 다루는 힘이 특별하시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