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꽃의 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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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자주 걸어 잠그던 골방의 휴지 뭉치들
격렬한 피스톤 운동을 끝낸 혼곤이 잠시 깨어나는지
나뭇가지가 앞뒤로 흔들리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허벅지에 머리를 얹고 귀지를 파주던 누이처럼
태생을 지나오지 않은 새들이
그 가지로 날아와 알에서 깨어난 봄의 흰 목깃에 부리를 닦는다
금새 햇빛에 말라 사과에 얼룩질 침자국들,
아직은 은밀하고 축축한 비린내를 함구하며
솜털이 꺼실해지는 희푸른 턱을 반듯하게 당기고 있다
아직 살결 하얀 도화지를 펼쳐 본 적 없는 가난한 습작들
누구나 꽃을 그릴 붓 한 자루 쯤은 다 쥐고 나는 것이라
깡마른 뼈를 드러내고 앞 발로 땅을 파며
무더운 콧김을 토하는 성난 숫소들을 방목하는
*담뱃 종이처럼 비루한 생의 지면을 제 손만 드나드는
호주머니에 구겨 넣고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이제는 지천으로 널부러져도 주름진 얼굴이 더 하얀
휴지에 갈색으로 말라 붙은 숫봄,
손을 덜덜 떨며 그렸던 꽃의 초상이다.
*화가 이중섭의 일화
댓글목록
샤프림님의 댓글
일기방에 가서 일기도 훔쳐 보고 있습니다
수필 일기 이런 것 별로 안좋아 하는데
공덕수님 것은 자꾸 훔쳐보고 싶어요
건강 조심하세요
공덕수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샤프님,
어제 술이 되어 말이 길었습니다.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저도 우연히 일기장에 손을 대었는데....
갑자기 얼굴이 화끈하네요 ^^
어떤 날은 일기인지 시인지 구분이 안될 때도...
그리고 혹시
제 습작에 남기신 술술~이, 그 술인가요 ㅎㅎ
암튼, 대충 쓰시는 듯 하는 습작도
어딘가 단단한 뼈가 만져지니,
놀랍습니다.
공덕수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서피랑 시인님
오늘은 소주를 두 병이나 마셨지만
잠깐 자다 술도 잠도 깨었습니다.
맨 정신이 어딘가에 옭아 맨 정신 같아
답답하여 또 한 잔 했습니다.
이 맨, , 매거나 매인 상태가 싫어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빨리 죽나 봅니다.
맨 발, 맨 손처럼 맨 정신은 가난하고
무모한 정신 같습니다.
이렇게 시와 댓글을 나누면 친구가 된 것 같은
착각 드는 것 아십니까? 시인님께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욕망이 충족되고 욕심이 이루어지는 감정과는 다른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가령 만사 되는 일이 없더라도
잃지 않거나 잃을 수 없는 감정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행복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꽃등에 불 들어오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습니다.
이렇게 봄 촉을 내걸면 마을이 환해지겠습니다.
공덕수님 맛점 하세요.
공덕수님의 댓글의 댓글
비린내 나는 시를 곱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밥 벌러 나가는 시간 입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바쁘더라도
시를 잃지 않고 살겠습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손을 벌벌 떨며 그렸던 꽃의 초상에
눈만 또렷한
증명사진되어 원없이 노곤해집니다
공시인님 끓인 봄 국물에 진달래꽃잎 떠돕니다
석촌
공덕수님의 댓글
쑥국에 진달래 띄워 먹으면 맛있을까요?
올 봄에는 화전을 구워서 막걸리 한 잔 할 생각인데
석촌님 것도 한 판 붙여 놓을께요.
막걸리에는 화전 보다는 땡초 부추전이 끝내줄건데요.
ㅎㅎㅎㅎ 건강하십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