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11) 폐가의 중얼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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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의 중얼거림
오래된 이야기를 하려고 바람이 들어오는 곳에
입을 만들며 살고 있다
수많은 말들이 집 안에서 움츠리고 있는데
서론 본론 결말에 거마가 자리 잡아 계속 이야기하라고 하네
숭숭 뚫린 미완성 이야기가 푸석해지는 문지방을 밟고
혹시나 누가 오나 하고 문을 흔들고 있네
집 속에 폐가같이 유배당한 할머니 모습이 보이네
할머니는 혼자 자신의 말과 모습을 만들었고
기웃거리는 바람에 자신의 방에 들어와 보라고 하는데
오래된 이야기들이 방안을 꽉 채워
할머니 말소리가 들어가 있을 틈이 없었지
머리카락 빠지듯 사라지는 기와는 혼자 말하고 있는
할머니의 말을 그만두게 할 수 없었지
자글자글해진 주름살 가득해진 마당은
자신의 몸이 가벼워졌다고 풀잎의 무게를 불러왔지만
점점 쇠약해지는 소리는 자꾸만 가라앉아 가고 있었네
부서지면 산산이 흩어질 소리의 기둥과 벽들
갸르렁 거리는 숨결에 고요함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네
적막은 늘 소란스러움을 동경하고
소란스러움은 적막을 동경하고 있는
등 뒤에 있는 오래된 이야기 집은
조금 부서지고 무너졌어도
입술을 달싹거리고 있네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오래된 이야기, 수많은 말들로 채워진 집,
시를 끌어가는 힘이 좋으시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폐가는 이야기를 그만 놓아 보내야 하겠지요.
(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