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대의 식사(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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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주나 한 잔 하며
마음을 먹자
한번 먹으면 기본적으로 삼 일은 든든한 마음을
크게 먹을수록 속이 편해지는
약하게 먹으면 죽도 밥도 아닌,
독하게 먹어야 약이 되는,
마음을 먹으려면 먼저 마음을 잡아야 한다
늘 우리에 갇혀 있다 빗장이 열리면 달아나는
마음을 도축 해야 한다.
제대로 급소를 때리지 못하면 피를 흘리며 발버둥치는
마음을 한방에 잡기란 쉽지 않다
잡은 마음을 먹으려면
하루에도 골백번 더 더러움을 타던,
제가 싼 더러움에 눕고 앉으며
더러움에 비빈 욕망을 바닥까지 싹싹 핥고도 채워지지 않던,
마음을 씻어야 한다.
몇 날 몇일 졸졸졸 맑은 생각을 틀어놓고
제풀에 우러난 육기를 흘려 보내며 씻어낸 마음도
잘 버리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
마음이 바깥을 나돌 때 털과 깃털처럼
불안한 내면을 가려주던 위안들
마음과 마음 켜켜에 달라붙어
한 덩어리를 만들어주던 기름 덩어리들,
애착, 집착, 고착 착, 착, 착, 잘라내고,
가벼운 냉기에도 쉽게 얼어붙는 마음을,
조금만 열을 받아도 금새 타버리는 마음을
쉽게 끓어서 넘쳐버리는 마음을
식으면 씁쓸한 맛이 돌고
마음마다 익는 온도가 다 달라
음식점에서는 팔지도 않는 마음을 먹자
그렇게 큰 마음 먹을 여유가 없으면
십분이면 끓이는 간단한 마음이라도
깨지 않으면 세울 수 없는 타성을 깨어 넣고
해마다 묵혀 온 매운 결심도 썰어 넣고,
나무 젓가락처럼 걸음을 떼며
먹자, 마음을 먹자
모든 것이 달린 일생일대의 식사
마음 먹기,
혼자 먹기 아까우면
좋은 사람 모두 불러다
서로 먹여 주며 함께 먹자
댓글목록
은린님의 댓글
마음 먹으려면 먼저 마음을 잡아야한다
세상사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지요
힘이 넘치는 필력에 남자분인 줄 알았음요^^
큰 맘먹고 늘 좋은결과 있기를 바래봅니다
공덕수님의 댓글
마음 요리가 쉽지 않습니다.
가장 흔히 쓰는 재료인데도 생각보다 까다롭네요.
자다가 일어 났습니다.
외로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보일러 땐 방에 앉았는데도 등짝이 쩍쩍 갈라지는 것 같은
외로움 때문에 몸서리 친 적도 많았으나
그 외로움, 제 스스로가 부른 체질인 것 같습니다.
외로움이 사람을 정결하게 한다는 생각 또한
지금은 듭니다.
겨울 밤은 참 좋습니다.
외로움은 추위 속에서 더 맑아지고 강해지는 별빛 같습니다.
눈물을 오히려 지저분하게 만드는
격렬해서 오히려 고요한 외로움이 아까워
문득 잠을 깨고 부스럭 부스럭 만져보는 새벽 입니다.
이젠 외롭지 않으면
제 피가 탁해졌나
제가 고깃덩어리가 되어가고 있나
오히려 의심스러워집니다.
문득 잠을 깨고 일어나
편지를 쓰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은린 시인님
제 편지 읽어 주셔서
제 외로움 읽어 주셔서요.
정석촌님의 댓글
잡으신다기에 솥단지에 물 끓였더니
毒心 을 쓰다듬고 계십니다 외로워야 곱게 놓일 드레싱을 찾아
고맙습니다
석촌
공덕수님의 댓글의 댓글
ㅋㅋㅋ
마음이 잡히는체 하다가 샛길로 빠지고
끓여놓은 물이 다 쫄아도
아무래도 제 마음은 집짐승이 아니라 길짐승 같습니다.
지구상에서 멸종해가고 있는 인종들은 아닐까?
이렇게 시를 쓴다고 앉은, 백인 흑인 황인종 말고 시인종 말입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마지막까지 연주를 하던 오케스트라 생각이 납니다.
우리 같은 인종끼리, 열심히 쓰고 나누고 살아요.
제가 고맙습니다. 시인종 형제님.
동피랑님의 댓글
마흔 두 번에 걸친 마음 때려잡기, 불구는 그럼에도 하고 터미네이터로군요.
대단한 결기에 같이 먹기로 합니다.
공덕수님의 댓글
자주 먹어봐서 아는데 마음 그거 좀 쓴맛이 많이 받히던데요.
마음만 먹으면 될텐데 꼭 술을 곁들여서 그런 모양 입니다.
좀 더 퇴고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날씨가 좀 풀린 것 같습니다. 건강 하십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