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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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명
오래된 장도가지(장독) 물구나무로 서 있다
장도가지 입은 바닥이 되고 움푹패인 발바닥이 입이 되니
얼핏보면 벌 서는 줄 착각할 수 있으나
그는 여전히 본래의 형태와 본질을 호도하지 않으며
굳굳히 제 자리에 순응하는 그의 길은 곧다
채워진 만족으로 거드름 피울 때는 자신 밖에 없었지
비워져 쓸모 없는 자리에 내 몰렸어도
흔들림 없이 본분 지키는 그의 용기 충천은
채워진 때보다 비워진 자리일 때 도드라진 그는
자신 보다 우리를 먼저 포용했네
눈 오니 눈꽃 맺혀 그 눈 얼어서 푹 패인 발바닥에 얼음꽃 피우니
우르르 몰려든 동심의 웃음꽃이 얼음동산에 피어나고
햇살 고운 한낮에 얼음 녹은 동그란 물둠벙 가에는
참새와 비둘기 가족 물 한모금 머금고 하늘 향한 그 눈빛
채워진 만족보다 비워진 채워짐의 참 모습을 보네
홀로 있어도 혼자두지 아니하며 혼자 걸을 때 홀로 걷지 않음은
자신을 비워 낮은 자리에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
인생의 뒤안 길 모든 것 비워낸 그 자리에 우리가
순명으로 지켜가야 할 일, 곧 믿음 소망 사랑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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